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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어른공부 : 30년간 사형수들을 보내며 얻은 소중한 가치들 - 30년간 사형수들을 보내며 얻은 삶의 가치들
양순자 지음 / 시루 / 2012년 7월
평점 :
우리나라에서 공부는 좋은 대학에 입학해서 굴지의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했는데 왜 삶은 행복해지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학교에서 ‘상식’을 배우는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사회는 상식 공부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자신이 평소에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적극적으로 펼쳐갈 수 있게 만드는 새로운 공부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어른 공부’이며,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새로운 인생 공부다.
이 책은 30년간 사형수 교화위원으로 활동해온 저자 양순자씨가 죽음의 경계선에서 돌아본 삶의 가치와 자세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2010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그해 두 번이나 수술을 했지만 완치되지 않았다. 현재는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하루하루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암은 오히려 인생의 분수령이 되었다. 저자는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돌아보았고, 훗날 어떤 얼굴로 기억돼야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기록하게 되었다.
저자는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 말은 이미 식상함이 절로 묻어나는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술대에서 깨어난 후 한 번뿐인 인생의 남겨진 시간을 소중하게 쓰기 위해 삶의 우선순위를 재점검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리고 깨달았다. 삶의 가치들만 제대로 세워두면 나이 먹을수록 인생이 어려워지는 게 아니라 풍요로워지고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삶의 끝에서 진짜 어른 되었다. 저자는 몸은 어른인데 아이처럼 칭얼대며, 내 것 챙기기에 바쁜 요즘 사람들에게 더 늦기 전에 어른으로 행복하게 살기를 권한다.
저자는 이 책의 ‘어떤 얼굴로 작별할 것인가?’에서 “인간은 아픔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거야. 내가 잠깐 입원했던 암병동에는 많은 암환자가 있었는데 성장의 터널을 지나는 모양새가 다 달랐어. 긍정적으로 암을 안고 가는 사람, 의사와 병원을 잘못 선택했다며 골이 나있는 사람. 이들은 얼굴 색깔부터가 달라. 그러고 보면 아프고 난 뒤 모두 다 성장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아프고 나서도 성장하기는커녕 신세 탓, 환경 탓만 하는 사람도 있지. 선택은 각자의 몫이야” 라고 말했다.
내가 유럽 여행을 했을 때 보고 놀란 것 중에 하나는 공동묘지가 마을 안에 있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묘지가 깊은 산속에 있어서 사람들이 쉽게 갈 수가 없지만 유럽에서는 무섭기는 커녕 죽은 사람도 살아 있는 사람들과 함께 계속 살아가는 것처럼 느꼈다. 특히 묘비에 새겨진 글 속에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가버린 사람이 남긴 말이기에 더 힘이 되었고 큰 교훈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금 죽는다면 나의 비문에는 뭐라고 쓸 것인가”를 생각해 봤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생에도 계급장이 있다고 말한다. 마냥 이등병처럼 칭얼대거나 헤매면서 살 수는 없다. 나이가 한 살 씩 먹어가면서 상병, 병장으로 진급을 하듯이 인생도 진급해야 하며 그 계급에 어울리게 처신해야 한다. 병장은 병장처럼 행동해야지 이등병처럼 굴면 얼마나 꼴불견이겠는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생 계급장이 한 단계 두 단계씩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남은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저자가 만난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것인가 자세히 보여준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나도 ‘이렇게 살아야겠구나’, 더 이상 ‘이렇게 살지는 말아야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오늘에 충실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