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 이용한 여행에세이 1996-2012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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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다닌 곳만 해도 동남아를 비롯하여, 동유럽, 아프리카 등 50여 개국이나 된다. 미국의 나이아가라폭포, 남아공의 희망봉,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등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유럽인들은 어떤 직종에 종사하든 일년 중 11개월은 열심히 일하고, 여름 한 달은 배낭을 짊어지고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여행을 통하여 견문을 넓히게 되고,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하여 인생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사진을 찍는 것이다. 현지의 아름다운 풍광이나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들을 사진에 담아다가 집에 와서는 사진을 정리하고 가끔씩 사진첩을 꺼내어 추억이 깃든 곳을 다시 생각해 본다. 이젠 사진첩이 얼마나 많은지 둘 곳 조차 마땅치 않다.

 

이 책은 시인이자 여행가로 시와 잡문을 쓰면서 정처없는 유목민으로 살았던 이용한씨가 지난 17년 동안 세계를 떠돌며 겪은 아름다운 찰나의 순간들, 외로움과 그리움 사이 인생의 단면들을 담은 것이다. 각 대륙의 아름다운 풍경과 생의 순례자로서의 감성을 글과 사진으로 남긴 것이다.

 

그의 별명이 ‘길 위의 시인’이듯이 31개 국가 160여 개 도시를 여행하며 사람의 발길이 잘 닫지 않는 오지를 찾아다니며, 최근 3년간은 길 위의 고양이를 받아 적었다. 고양이를 만나기 전까지 그리고 만난 이후에도, 바람의 자취를 따라 구름의 발자국 같은 것들을 끼적거리거나 헐겁고 희박한 것을 향해 셔터를 누르며, 생의 심연을 바라보며 기록한 여행 에세이를 읽는다는 것은 큰 행복이 아닐 수 없었다.

 

사랑하는 연인과 여행을 하면서 찍었던 수많은 사진들은 옛사랑의 기억을 더듬어보게 한다. 저자는 청춘의 뒤안길에서 포착한 삶의 비경, 그 속에서 잊었던 나를 깨운다. 저자에게 여행은 그리움의 입자로 가득 찬 순례의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리라.

 

이 책은 누구든지 쉽게 찾아 갈 수 있도록 하는 여행 정보를 담은 가이드가 아니다. 어떤 고정 관념이나 코스를 따라서 하는 여행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자연스럽게 함께 어우러지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시선을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볼거리를 찾아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동화하고 자연을 경험하는 그래서 자연스러움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시간이야말로 다른 시간과 만나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여행에도 방법이 있다면, 내 여행의 방식은 아무런 방법도 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에게 길은 ‘은밀한 풍경 속으로 안내하는 굽이굽이 숨겨진 여행의 시작이자 끝이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이젠 여행을 떠난다면 남들도 선호하는 그런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도, 불편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사람들의 순수한 정이 넘치는 그런 곳에 가고 싶어 진다. 사실 지금까지는 화련한 곳으로 관광을 했다. 이젠 자연을 벗삼아 여행을 하고 저자처럼 사진과 글을 남겨야 되겠다는 도전을 받는다. 이 책은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참다운 여행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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