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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링 라이즈 - 상대의 속마음을 간파하는 힘
폴 에크먼 지음, 이민주 옮김, 황상민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얼마 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때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이 사기꾼아!’라고 말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두고 보자며’ 전화를 끊은 보이스피싱 범죄자는 계속 전화를 하여 나의 주소와 직장을 거론하며 찾아가 복수하겠다고 협박을 하여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이는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모두 파악하고 있는데다 발신번호도 조작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역관광’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역관광’이란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의도적으로 장난을 치는 것을 이르는 인터넷 신조어다.
사람은 하루 200번, 그러니까 8분에 한번 꼴로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한 미국의 심리학자는 ‘적당한 거짓말’은 필수적이라 했고, 영국에서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의의 거짓말은 ‘하얀 거짓말’이라고 구분해 부른다. 하지만 ‘거짓말은 눈처럼 녹는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어떤 의도의 거짓말이든 머지않아 탄로가 난다는 뜻이다. 오늘 하루를 살면서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거나 거짓말쟁이일 확률이 높다. 이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거짓말을 하며 살아간다.
이 책은 30년간 인간의 감정과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폴 에크먼이 전하는 거짓과 진실에 관한 지적이고 유익한 심리보고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람의 표정과 몸짓, 말 등에는 거짓말 단서가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다. 눈의 깜빡임이라든지, 동공 확장, 안면 홍조, 표정의 비대칭, 타이밍의 오류, 말의 흐름과 맞지 않는 표정 등을 면밀히 관찰하는 남편의 모습은 적절한 서스펜스가 된다. 아내의 신뢰근육(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근육, 본래의 감정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을 관찰하는 남편의 모습은 마치 하나의 생물을 해부하고 분석하는 과학자처럼 느껴진다.
이 책에서는 평소 궁금했던 거짓말 탐지기의 원리를 알기 쉽게 소개하면서 닉슨과 워터게이트 사건, 지미 카터의 정당화된 거짓말, 챌린저호 폭발사건이후 각 관계자들의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지 못한채 거짓말을 하는’ 자기기만적 거짓말을 했던 과정과 같이 역사적으로 거짓말로 유명한 사건들을 주제별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다고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이 되거나, 상대의 거짓을 잘 잡아내는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자세하게 관찰하고 듣는 법을 훈련하다보면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누구나 이 책을 읽다가 보면 인간의 감정 표현 수단을 이해하고 연구·분석하다 보면 상대의 진짜 속마음, 즉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고 판독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울 수 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나도 모르게 무심코 거짓말을 많이 하고 있지만, 성공적으로 거짓말을 잘 하기란 어렵다. 솔직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이득은 적더라도 마음은 편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