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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날은 없다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1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2년 4월
평점 :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소중한 것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 가족이 없는 사람은 인생살이를 어떻게 살아 갈 수 있을까? 몇 년 전에 아이들을 남아공으로 유학을 보내놓고 아내와 함께 밤마다 울었었다. 그러다가 아내가 남아공으로 여행을 가고 나 혼자 집에 있자니 신경 쓰이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때 아이들과 아내가 얼마나 보고 싶고 그립던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청소년 소설 작가 이옥수의 신작 소설이다. 작가 이옥수는 2004년 사계절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청소년의 성문제를 다룬 <키싱 마이 라이프>, 1980년 사북 민주화 항쟁을 다룬 <내 사랑 사북>, 열일곱 세 소녀의 꿈과 인생을 담은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 <킬리만자로에서, 안녕>과 같은 청소년 소설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다. 그는 도시 빈민촌, 탄광촌, 산업 현장 등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10대의 삶을 숨김없이 들쳐내기도 하고, 때로는 미혼모나 입시 문제 등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킬 만한 소재로 10대들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강민은 어렸을 적에 어머니를 잃었고, 집안은 폭력과 욕설이 끊어질 날이 없다. 가스배달업을 하고 있는 아버지는 기타에 미쳐 있는 형 강수를 걸핏하면 때린다. 그러면 형은 분풀이로 강민을 때리기 일쑤다. 강민은 늘 싸움을 하는 아버지와 형을 때려눕히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강민은 제 분에 못 이겨 컹컹 짖어대는 찡코를 발로 차서 죽이게 되었다. 그 후 자신을 조롱하는 학교 친구를 때렸다가 문제아로 찍혀 상담선생님의 권유로정신과 심리치료를 받고 찡코의 사연을 털어놓는다.
한편 옆집 외삼촌 집에는 정보 신문 기자로 일하는 미나 씨가 살고 있었다. 미나 씨는 거식증 증세로 심리치료를 받던 중이었는데 우연히 정신과 진료실에서 찡코의 사진을 보게 되었고 사진속의 강아지 눈동자가 자신의 마음속에 스캔 되는 것 같은 환각에 괴로워하게 되었다. 그래서 미나는 사진 속 동물의 이야기를 대신 듣고 전해준다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어릴 적 오빠의 폭행에 고통받다 아끼던 강아지 ‘머루’를 죽였던 아픈 기억이 그런 환각으로 나타났음을 알게 된다. 결국 두 사람은 찡코를 매개체 삼아 서로의 아픔을 조금씩 공감하며 가까워진다.
강민과 미나 씨는 오늘날 크고 작은 폭력에 노출된 우리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정에서 누구보다도 다정해야 하고 사랑해주어야 할 형제들끼리 다투고 싸우는 일도 많다. 하지만 형제간의 싸움을 성장과정의 일부라고 셍각하고 무심히 넘긴다면 폭력에 물든 아이에게는 평생의 상처로 남게 된다. 폭행을 당하면서 하루하루를 사는 아이가 있다면 정말 ‘개 같은 날’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개 같은 날’을 사는 자가 너무 많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이 시대 소외된 청소년, 어른들의 척박한 내면이 그들의 우울만큼이나 나에게 공감을 일으킨다. “그렇구나, 우리 애들도 어릴 때 참 많이 싸웠는데..., 녀석들, 저희들이 싸울 때 부모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알면 안 그럴텐데...,” 작가는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 세상의 모든 강민이와 강수, 미나와 민욱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