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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켈러 - A Life - 고요한 밤의 빛이 된 여인
도로시 허먼 지음, 이수영 옮김 / 미다스북스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오래전에 <헬렌켈러>라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지금도 ‘헬렌켈러’가 한 말이 기억난다. “어떤 기적이 일어나 내가 사흘 동안 볼 수 있게 된다면… 먼저, 어린 시절 내게 다가와 바깥 세상을 활짝 열어 보여주신 사랑하는 앤 설리번 선생님의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얼굴 윤곽만 보고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꼼꼼히 연구해서, 나 같은 사람을 가르치는 참으로 어려운 일을 부드러운 동정심과 인내심으로 극복해낸 생생한 증거를 찾아낼 겁니다.”
소설가 하성란씨는 추천사에서 이 책의 저자인 도로시 허먼은 4년 동안에 걸쳐 헬렌 켈러의 고향 앨라배마와 앤 설리번의 모교 퍼킨스 학교 등을 찾아다니면서 그에 대한 자료들을 수집하여 연구한 결과 우리가 알고 있던 헬렌 켈러와 앤 설리번에 대해서 모든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했다.
이 책은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 하는 3중 장애인인 헬렌 켈러의 삶을 그린 평전이다. 평전이란 ‘개인의 일생에 대하여 평론을 곁들여 적은 전기’이다.
헬렌 켈러는 1880년 6월 27일 앨라배마 북서쪽에 있는 시골 마을 투스쿰비아에서,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정상적인 아이로 태어났다. 헬렌은 여섯 달 무렵에 “안녕” “차, 차, 차”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녀의 시력은 남보다 좋은 편이어서 식구들이 찾아내지 못하는 비늘, 단추도 바닥에서 찾아냈다.
1882년 2월, 헬렌이 태어난 지 19개월 되었을 때 위와 뇌에 심각한 울혈이 생겨났다. 그때 의사들은 헬렌의 병을 ‘뇌척수막염’이라고 진단했다. 어느날 켈러 부부는 병을 앓고 난 아기가 눈이 멀고, 귀가 먹고, 말을 못하게 되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헬렌은 그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너무 어려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지 못했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모든 게 깜깜하고 조용했다. 나는 밤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낮이 왜 이렇게 더디게 오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차츰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고요와 어둠에 익숙해져서 낮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p.36)
이 책의 저자 도로시 허먼은 “20세기 들어선 뒤로, 유아기에 시력과 청력을 완전히 잃은 사람은 전 세계를 통틀어 50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면서 “오랜 세월 동안 눈이 먼 사람, 더구나 귀까지 먹은 사람은 괴물로 여겨져 더 크기 전에 죽임을 당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눈이 먼 아이들을 산꼭대기로 끌고 가서 굶겨 죽이거나 산짐승들에게 잡아먹히게 내버려두었다. 로마에서는 부모가 시장에서 작은 바구니를 사다가 앞을 못 보는 자기 자식을 담아서 티베르 강에 던졌다.”고 말한다. 또한 “눈멀고 귀까지 먼 아이들에 대해서 그들의 부모조차도 원죄의 대가를 치르느라 그렇게 천하게 태어난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부피가 무려 550페이지 되는 두꺼운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헬렌 켈러의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삶을 만나게 되고 감동과 재미를 함께 느끼게 된다. 헬렌 켈러와 이 세상의 모든 장애인들이 진정으로 꿈꾸는 것은 ‘자유와 평범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장애인들을 좀 더 이해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