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길을 걷다 - 펜 끝 타고 떠난 해피로드 산티아고
김수연 지음 / 큰나무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은 새벽부터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다. 길의 종류도 다양하다. 자갈이 깔린 자갈 길, 모래밭에 난 모랫길, 숲 속에 있는 숲속 길, 산속에 난 산 길, 동네 가운데 있는 좁은 골목 길, 폭이 좁고 호젓한 오솔길, 둘러가는 둘레길, 올레길 등 너무 많다.

 

이 책 <마음 [길을] 걷다>는 서울여대 의류학과 졸업한 김수연이 허전한 비정규의 넋두리가 한없이 길어진 인생 반나절을 지나면서 때늦은 시련에 무섭고 아파하다 사소한 밥벌이를 뒤로하고 길로 나섰다. 더 이상 째째하게 꼼수나 부리고 살 수 없어 나선 길. 세상 길에서 만나는 자신과의 불편한 진실들 속에 마음 길의 도로시가 되어보겠다고 조금 더디고 늦었어도 진실된 시선으로 세상을 습작하며 세 번의 카미노를 걸으면서 그곳을 그리고, 그곳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작가는 스페인 북서부의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해 걸어서 800km의 순례길을 떠난다. 800km를 걸어서 간다니 나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고작 걷는다는 것이 집 앞에 있는 공원길이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서 주저앉아 버린다.

 

나도 언제 기회가 되면 산티아고로 가보고 싶다. 이 책에 보면 작가는 “산티아고로 가는 길은 프랑스에서 시작하는 길을 비롯해 ‘북쪽 길’ 남쪽 세비야에서 북으로 이어진 ‘은의 길’ ‘포르투갈 길’ 외에 마드리드, 발렌시아, 그라나다 등 스페인 전역이 카미노 길이라”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여행지를 함께 걷는 착각을 하게 된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인데도 몇 번 가 본 것처럼 선명하게 영상이 떠오른다. 저자가 ‘팜플로나’라는 도시에 갔을 때 ‘산 페르민’이란 세계적인 축제가 열렸는데 산토도밍고부터 팜플로나투우장까지 800m를 성난 소 떼가 거친 본능으로 질주하면 도시 전체가 출렁인다고 한다.

 

작가는 이 도시를 걷다가 헤밍웨이 동상을 만났는데 산 페르민 축제는 그의 작품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서 광란의 소몰이 현장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유명해졌다고 한다. 헤밍웨이가 스페인을 방문한 이유도 페르민 축제를 보기 위해서였다고 하니 투우에 대한 헤밍웨이의 애정을 알 수 있다. 도시에서 있었던 다양한 이야기마다 작가는 그림을 그려 이 책을 읽는 자들에게 이해를 더해 주고 있다.

 

작가가 시르가 마을에 도착하여 ‘비르헨 블랑카 성당’을 둘러 보았다. 비르헨 블랑카 성당은 로마네스크와 고딕의 형식이 조화된 유명한 성당이었다. 하지만 너무 아침 일찍 왔기에 성당 문이 열려 있지 않았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재미도 있지만 고달프기도 하다. 더더구나 하루 종일 걸으면서 여행을 하다보면 숙소에 돌아오면 그냥 쓰러질 수 밖에 없다. 언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저자는 매일 매일 힘든 여정 중에서도 이런 글을 묶어 두꺼운 책을 한권 남겼다는 것은 찬사를 보내지 아니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여행을 하면서 그저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이런 책을 한번 남겨야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을 맛보았다. 작가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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