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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 일 없는 인생 입문 - 잉여청춘을 위한 심리 테라피
가스가 다케히코 지음, 요시노 사쿠미 그림, 황선희 옮김 / 미래의창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무한 경쟁의 시대, 요즘 시대는 경쟁의 과열로 인하여 기술적으로 무궁한 발전을 이루게 되어왔다. 옛날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삶의 기술적인 질 측면의 발달은 과히 경이로운 수준이라 생각 된다. 삶은 편안함은 갈수록 증진되고 있으며 이러한 결과가 도래하게 된 것은 사람들의 경쟁을 통한 노력 덕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치열한 경쟁을 하기 위해 한순간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없다.
특히, 젊은 청춘들은 미래가 불투명하여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상실감을 느끼기도 하며, 취업이 안되어 절망감을 느낄 수 있으며, 고독감에 짓눌리기도 한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 가스가 다케히코와 만화가 요시노 사쿠미가 콤비가 되어 누구나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13가지 우울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심리 에세이다. 절망감, 상실감, 혐오감, 허무감, 고독감, 초조감, 무력감, 과대감, 죄책감, 불안감, 피해감, 공허감, 위화감 등 매일의 생활 속에서 아주 사소하여 모른척했던 감정들을 일상에서 찾아내며 우울한 심리 이면에 벌어지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을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도록 그리고 있다. 특히 <소년은 황야를 향해 달린다>의 저자인 만화가 요시노 사쿠미가 그린 13가지 주제들이 들어있는 단편 만화를 각 장마다 그려 넣어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나는 며칠 전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을 읽었다. 지금 청춘들이 88만원 세대라서 우울한 것은 아니다. 또한 청춘이라고 다 ‘아픈’ 것도 아니다. 세상은 어떤 구조적인 문제보다는 오히려 일상에서 부딪히는 아주 작고 사소한 감정들이 말썽을 일으킨다. 특이한 사람을 마주쳤을 때 느끼는 위화감, 못생긴 자신에 대한 자책감, 모두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약간씩은 느끼는 감정이다.
이 책을 보면 저자는 초등학교 시절에 사이타마 현 도쿄 로자와에 살았는데 고급과자가 선물로 들어와서 먹었는데, ‘유히 야키’라는 갈색의 고급과자에 쓰인 한자가 ‘석양’이라고 확신 했고 이 과자를 먹을 때면 저녁놀이 자아내는 향수를 느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과자 이름은 석양이 아니라, 발음이 같은 웅비라는 늠름한 뜻의 한자를 썼다는 것을 알았다. 잃은 것도 하나 없는데 그 고급과자는 저자의 마음속에 알 수 없는 상실의 씨앗을 뿌렸다. 이런 사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저자는 상실감이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실체가 없는 허구적인 감정인지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은 심리학이나 자기개발서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쓴 글이다. 특히 어두운 주제들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 저자는 ‘위화감’ 때문이라고 하면서 “정신과 의사라는 제 직업의 바탕에는 ‘위화감’이 존재합니다.”라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행복’에 대해서 하나는 ‘평온무사’, 젊은 시절에는 무시했지만 몇 번 데이고 보니 그 고마움을 절실히 깨닫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행운’인데 이 두 가지의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깨닫는다. ‘잉여청춘’을 위한 심리테라피가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 세상을 살아가는데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