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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아니라도 좋다 - 안성기의 길, 안성기의 영화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권남희 옮김 / 사월의책 / 2011년 12월
평점 :
요즈음 ‘국민 배우’ 안성기가 출연한 <부러진 화살>이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다. 나는 영화를 자주 감상하는 편은 아니지만 가족과 함께 가까운 극장에 가서 감상했다.
‘부러진 화살’은 부당하게 해고당한 수학교수 김경호(안성기)가 교수지위 확인소송에서 패소하고 항소마저 억울하게 기각을 당하자, 석궁을 들고 담당판사를 집까지 찾아가 위협하는 사건장면부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실제사건의 실제 재판과정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피해자는 현재 버젓이 살아있고, 피고는 이미 실형 4년에 만기 출소했다. 이 실화가 왜 영화화까지 되었는지, 주인공 피고 김경호(안성기)는 재판중임에도 불구하고 담당변호사를 덜컥,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행동으로 보여준다. 주인공은 왕따를 당한 일개 수학교수가 아니라, 깐깐한 원칙주의자로 돌변하고, 그와 동시에, 이 사건을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테러라고 규정하며 일사불란하게 똘똘 뭉친 근엄한 사법부는 가증스러운 집단으로 전락한다. 이 영화는 사법부의 부조리에 맞선 한 남자의 분노를 그리고 있으며, 초장부터 재미가 쏠쏠하다.
안성기는 1957년에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출연 영화만 140여 편이라고 한다. 현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아 한국 영화 전반에 힘쓰고 있는 한국 영화계의 어른이다.
이 책 <청춘이 아니라도 좋다>는 일본 이와나미서점(岩波書店)에서 출간된 ‘안성기(한국 국민배우의 초상)’을 번역한 도서로, 외부인의 눈으로 바라본 안성기의 인생과 영화, 그리고 한국 사회에 관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일본인 저자 무라야마 도시오는 배우로서의 안성기의 삶과 그를 통해 한국의 영화와 현대사가 어떻게 만나고 교차하는지 자세하게 보여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안성기는 시대를 채색하는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면서 최고의 배우 자리를 굳히고 있는 중에도 한국영화의 새로운 조류를 전하기 위하여 일본을 몇차례 방문했다. ‘한류’를 열광적으로 받아들이기 20년도 전인데 당시 ‘한국 최고의 슈퍼스타’인 그에게 꽃다발을 든 일본 팬들이 몰려들었다.”고 하면서 “안성기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표명한 적은 없지만, 연기를 통해 사회에 깊이 참여하고 있다는 자각을 절대 잊지 않았으며,” 그가 스스로 선택한 작품 대부분이 현실 사회를 날카롭게 후벼파고 사회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었다고 평가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인기 배우이면서 한 인간 안성기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인터뷰를 통해서 단편적으로만 드러나 알고 있던 안생기의 인생과 영화 이야기가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배우 안성기가 직접 추천사를 썼다는 것도 이례적이며, 영화감독 임권택, 영화배우 박중훈, 영화배우 장동건 등 안성기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영화계 인사들이 추천을 할 만큼 신뢰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철저한 조사를 통해 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한국이 자랑할 만한 안성기 배우를 일본인 작가에 의해 일본에서 먼서 책으로 출간되고 그것을 번역하여 한국에서 출간했다고 하는 것은 그만치 안성기가 세계적인 배우인것이 증명되었다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뿌듯한 행복감을 느꼈다. 이 책을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