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 맏아들 - 대한민국 경제정의를 말하다
유진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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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여야가 재벌개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벌세 도입 및 ‘10대 재벌의 출자총액제한 규제’를 부활하고자 하는 민주통합당과 ‘경제 민주화 실현’을 목표로 4·11 총선 공약 차원서 대대적인 재벌개혁에 나서기로 한 새누리당이 대중의 박수를 받는 소재로 ‘재벌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재계는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상식에 벗어난 정책을 가지고 대중 인기에 영합하여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재벌기업들의 계열사 핵분열에 따른 폐해가 너무 심각했기에 포퓰리즘인 줄 알면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재벌개혁은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처럼 정치인들의 말에 오르내린다.

 

이 책에는 ‘가난한 집 맏아들 이야기’가 있다. “세 명의 자녀를 둔 가난한 부모가 시골에서 근근이 논밭을 부쳐 먹으며 살고 있었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 형편 때문에 세 자녀 중에서 한 명, 맏아들만 대학공부를 시켰다. 등록금을 내기 위해 애지중지 키우던 소까지 내다 팔아야 했다. 다행히 맏아들은 공부를 썩 잘했고, 의과대학을 졸업해 의사가 되었다. 돈도 많이 벌어 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대학에 가지 못한 둘째와 셋째는 가난을 이어받아 아직까지 어렵게 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가난한 부모의 도움으로 성공한 맏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난한 부모’는 1960~70년대의 ‘대한민국 정부’로, ‘성공한 맏아들’은 ‘재벌과 대기업’으로, ‘소를 팔아 보탠 학비’는 ‘각종 특혜’로 바꾸어 비유적으로 지적한다. 하지만 현실은 성공한 맏아들은 가난하고 불쌍한 동생들을 그냥 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골목상권 진출 등으로 겨우겨우 먹고사는 밥통마저 빼앗아 동네 작은 가계들이 문을 닫고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 부자들이 정부가 제공한 특혜로 인해 부자가 되었다면 우리 사회에 어떠한 도덕적 의무가 있는가?” 등 경제적 정의에 대해 묻는다.

 

대한민국 정부는 과거 성장격동기에 재벌과 대기업에게 수많은 특혜를 주는 집중육성 정책을 펴왔다. 재벌 대기업을 성장시키기만 하면 모든 국민들도 함께 잘 살게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그들에게 세금을 비롯하여 차관, 법률적 지원 및 국가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한 갖가지 혜택을 주었다. 수많은 특혜를 받은 재벌 대기업들은 특별한 지원 속에서 성장을 거듭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재벌 대기업들이 이루어낸 성공이라는 열매는 그들만이 누리게 되었다. 1%의 성공을 위해 99%가 희생을 해 왔다.

 

“부자 3대 못간다”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 400년 동안 부와 명성을 유지해 온 경주 최부잣집의 가훈은 TV 공익광고에 소개될 만큼 유명하다. ①과거시험은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은 하지 마라 ②재산은 만 석 이상 지니지 마라 ③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④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마라 ⑤며느리는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혀라 ⑥사방 백 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 총수들과 가족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저자는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이 책은 독자들을 위한 책이면서 동시에 나를 대상으로 한 책이다. 나야말로 그간 한국 사회로부터 수많은 혜택을 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 책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나비의 작은 날개짓 하나가 지구 반대편에 커다란 폭풍을 몰고 오는 나비효과처럼, 이 책을 읽는 이들로부터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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