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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 - 소통하지 못하는 십대와 부모를 위한 심리치유 에세이
김영아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어릴 때 시골 산골에서 태어나 자라났기 때문에 가난한 생활을 했다. 돈이 없다가 보니 부모님 지갑에 있는 돈을 꺼낼까 말까하고 망설였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먹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많은 10대 학창시절엔 엄마 아빠에게 거짓말로 책값을 부풀려서 타내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젠 수많은 세월이 지나 내가 어른이 되고 보니 그때 그러한 경험들을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이 됐다.
요즘 최고의 화두로 떠오른 단어가 바로 ‘소통’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론이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마저 배우나 가수들이 주로 출연해 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2030세대와의 소통’에 나섰다.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연예인, 기업가, 과학자 너나 할 것 없이 소통에 나선다.
그러나 정작 부모와 자녀 사이의 소통은 막혀 있다. 애들은 알 필요 없다”, “넌 그냥 신경 쓰지 말고 공부만 하면 돼”, “넌 얼마냐 좋냐, 공부만 하면 되고”, 우리 부모님들이 사랑하는 자녀를 배려하기 위해 하는 말과 행동들이다. 하지만 자녀들은 이런 부모의 말을 대화의 단절, 무시로 느낀다. 부모는 이렇게 아무런 이야기도 안하면서 일방적으로 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웠고, 학원선생님은 어떻고 등등 만 묻게 된다면 대화가 이루어지질 수 없다. 저자는 10대 시절 자신의 부모가 그런 표현을 썼을 때 얼마나 싫었는지를 떠올려보라고 말한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에게 이해를 강요하는 말들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겉표지에 보면 “소통하지 못하는 십대와 부모를 위한 심리치유 에세이”라고 적혀 있듯이 치유심리학자인 저자 김영아는 현장에서 ‘치유와 회복’을 직접 경험한 갖가지 상담사례를 통하여 일탈을 일삼는 아이들뿐 아니라 모범생들까지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상처들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어느 책에서도 풀어놓지 못했던 것들을 모두 쏟아놓다시피 하며, 감동적 실화들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이야기해 줌으로써, 그동안 부모들이 잘못된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해왔던 모습들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해준다.
이 책은 마치 외계인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이야기하는 십대들을 책망하고 닦달하기에 앞서, 실은 너무나 외롭고,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쓰였다. 또한, 앞으로 주어진 삶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만지는 일에 쓰겠다는 저자의 절절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 뇌 구조가 사이코패스와 닮아 있다고 말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십대들의 마음속에도 여전히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존재하고, 그것으로 인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라고 말한다.
뭐니 뭐니 해도 자식은 부모를 닮아간다. 닮는다는 것은 부모가 자식의 본보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는 아무 생각 없이 함부로 행동할 수 없게 된다. 요즘 부모는 그것을 얼마나 자각하고 있을까. 좋든 나쁘든 부모는 자녀와 가까이 있기 때문에 자녀의 본보기가 되는 존재다. 따라서 부모에게 품격이 있으면 아이도 훌륭하게 품격을 갖춘 인간으로 성장해갈 것이다. 이 책을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이들과 내일의 꿈을 가지고 앞으로 달려가는 십대들에게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