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나를 위로한다
김선희 지음 / 예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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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철학을 처음 접하게 되면,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하게 된다. 사람들은 철학을 한마디로 설명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한 것이다. 나는 대학을 다닐 때 철학을 배웠다. 하지만 무엇을 배웠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사실은 공부를 할 때부터 철학은 어렵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철학자와 철학 교수들도 ‘철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쉽게 답하지 못하고 곤혹스러워 한다. 특히 철학개론을 가르치는 교수들은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하고 나서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가르쳤으며, 학생들은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를 반성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학생들이 써놓은 답안지를 읽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철학을 한심하게 가르쳤는가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철학은 교수가 가르쳐서 될 일이 아니고,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고 자위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철학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보다 심각하게 묻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철학은 무엇인가? 철학은 어원적으로 고대 희랍어의 ‘지식’과 ‘사랑’이라는 두 단어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말이다. 지식이나 지혜에 대한 사랑이 바로 철학에 대한 어원적 정의인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지혜는 모든 것에 관하여 알고 싶어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바탕으로 한다. ‘지혜에 대한 사랑’으로서의 철학은 우리가 인간과 자연과 신과 같은 모든 것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묻고 생각하면서 구체화된다.

 

이 책은 인생의 불안과 불확실성을 매순간 견디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한 일상의 철학 에세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가장 어려운 화두 10가지를 선별해 가장 근원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그에 답하는 과정을 통해 단단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철학은 이론이나 정보, 지식과는 다르므로 인생의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우리는 철학 속에서 모든 것에 관하여 모든 것을 묻게 된다. 철학은 물어볼 수 있는 존재자, 그리고 문제를 제기할 줄 아는 존재방식을 가진 인간에게만 고유한 현상이다. 그러므로 사람이면 누구든지 철학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면 누구든지 의심을 가질 수 있으며, 어떤 문제에 대하여 알고 싶어 하고 또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 한다.

 

이 책은 플라톤, 스피노자, 루소, 헤겔, 니체, 푸코, 사르트르, 키르케고르, 공자, 주희 등 동서양의 묵직한 철학자들의 담론과 지혜를 빌려 우리 삶의 섬세한 결을 들여다보라고 권한다. 이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유를 공유하고 질문하고 답을 끌어내다보면 결국 우리의 불안은 자신의 삶 자체가 아닌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욕망과 결여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현실의 자아와 욕망하는 자아 사이의 괴리를 불안하게 마주하며 살아가는 생활인들에게 철학은 내 삶의 지도를 스스로 일궈나갈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 쌓아올린 깊은 사유의 열매들은 자신을 연민하지 않고 불안의 본질을 찾아가는 삶의 태도를 맞이하게 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은 ‘나로부터 벗어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자고 청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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