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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CSI - 치밀한 범죄자를 추적하는 한국형 과학수사의 모든 것
표창원.유제설 지음 / 북라이프 / 2011년 12월
평점 :
최근 케이블 드라마와 미국 드라마를 막론하고 수사물 장르가 안방극장에 자주 방송되고 있다. 나 역시 요즘 과학수사대, CSI 관련 드라마를 자주 본다. 멘탈리스트, NCIS, 클로져, 크리미널 마인드 등등. 하지만 미드 수사물 하면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CSI씨리즈이다. 무심코 지나쳐 버릴 만큼 미세하고 가려진 흔적에서 범죄의 본질을 파악하고, 미궁 속으로 빠졌던 유명 미제 사건들을 과학적 수법을 적용해 뒤엉킨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한국 최고의 프로파일러로 불리는 표창원 경찰대학 교수는 연쇄살인 등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전문가다. 그는 수년 전 ‘한국의 연쇄살인’이라는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 저자가 됐다. 그가 이번에는 유제설 순천향대 교수와 함께 ‘한국의 CSI’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이 책은 치밀한 CSI의 세계와 ‘서래마을 영아 유기사건’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친 한국 법과학의 현주소를 담고 있다. 저자들은 집필 과정에서 정확성을 기하고 세계의 과학수사 수준을 기준으로 삼기 위해 확보 가능한 모든 자료와 저작물을 검토 분석했다. 미국 뉴헤이븐 대학의 헨리 리 박사를 비롯한 저명한 과학수사 전문가들과 심도 높은 논의를 거쳤다. 현장 감식과 지문, DNA, 혈흔 등 다양한 과학수사의 영역 속에서 전문가들이 어떤 방법으로, 어떤 도구를 이용해 진실을 추적해 가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미국의 ‘OJ 심슨 사건’과 영화 도망자의 실제 주인공 ‘샘 셰퍼드 사건’ 등 CSI를 탄생시킨 과학수사 실패 사례를 덧붙여 증거 수집 과정의 치열함과 어려움을 낱낱이 그려낸다.
저자는 책을 쓴 계기에 대해서 “그동안 한국의 수사는 사람에 의존했다. 미국드라마 ‘CSI’ 방영 이후 과학수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정확한 지식을 알려주는 책은 드물었다. 범죄는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어 수사의 과학화가 시급하다고 생각해서 출간을 결심했다. 우리 사법제도도 증거중심주의로 전환돼서 CSI의 필요성을 높여준다. 국민참여재판이 확대되고 있는데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일반 국민의 CSI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도 감안했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경찰은 사회의 조연이고 과학수사요원은 조연을 돕는 조연, 우리는 조연의 조연인 과학수사요원을 지원하는 또 다른 조연”이라며 “과학수사로 억울한 누명을 쓰는 사법피해자들이 줄어들고 치밀하고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는 범죄자가 법의 심판을 받는데 이 책이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현실감과 현장감이다. 풍부한 자료사진과 상세한 설명을 통해 드라마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사건 현장의 이모저모를 현실감 있게 체험할 수 있게 하여 드라마나 영화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을 이 책에서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들은 국내외 과학수사의 진면모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들로 선정되었으며, 그 하나하나가 각각의 단편 추리소설만큼이나 치밀하고 흥미롭기 때문에 평소 과학수사에 관심이 없던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억울한 죽음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민중의 지팡이로 불철주야 수고하는 수사요원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마음에서 우러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