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품 - <좋은생각> 정용철 에세이
정용철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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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다양한 불량품들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불량품이란 식품, 제조물 등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불량품만을 생각하기 쉬우나 우리는 일상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러 가지 불량품에 노출돼 있다. 가늠하기 어려운 서비스 부문에도 불량품은 존재하며, 사람도 사람 도리를 제대로 못한다면 불량품과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쉽고 따뜻한 글로 독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월간 ‘좋은생각’의 발행인 정용철씨의 에세이집이다. 저자가 최근 7년간 ‘좋은생각’과 ‘행복한동행’ 등에 연재했던 글과 최근 새로 쓴 글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며 자연과 대화하고, 사람들과 마주하면서 발견한 삶의 지혜를 짧고 소박한 글에 담은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나는 불량품입니다/자주 삐거덕거리고 멈추고 흔들립니다/ 그런데도 나를 안아주는 가정이 있고/ 나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고/ 나를 받아주는 직장이 있습니다./그들은 나를 불량품이 아니라 명품이라 부릅니다/그들은 나를 자랑하고 기뻐하며 소중히 여깁니다/ 불량품인데도 내가 이렇게 당당한 것은/그들의 사랑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거창한 소재나 주제를 다루기보다 아주 작으면서도 가까운 것, 생활 속에서 소중한 진리를 찾아낸다. 이 책의 ‘난로’라는 글에서 저자는 “우리 집에 난로 하나 놓고 싶다/ 겨울 아침, 아내가 일어나 부엌으로 가면/따라가 불을 지펴 부엌을 따뜻하게 해 줄/난로 하나 놓고 싶다/ 외출했다 돌아와 차가울 때/얼른 집 안을 따뜻하게 해 줄/난로 하나 놓고 싶다./ 타오르는 불꽃을 보면/얼었던 내 마음이 사르르 녹을 것 같은 난로 하나 놓고 싶다./ 난로 놓는 아저씨가 말한다/“이 집은 작아서 난로를 놓을 수 없어요.”/난로가 있어야만 데워지는 내 마음이 부끄럽다/ 아니다. 난로를 보면 데워지는/내 마음이 고맙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모든 글이 짧으면서도 소박하고, 옆에서 속삭이는 듯 친근하다.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나도 모르게 가슴 한 곳이 따뜻해지면서 인생의 숨겨진 비밀을 알아 낸 듯한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준다.

 

내가 이 책을 읽는 중에 “아버지가 되는 사랑”이라는 글을 통해 지금도 고향에서 팔순을 넘기셨는데도 농사일을 하시며 다섯 아들이 잘 되기를 위해 기도하시는 부모님의 사랑을 생각하고 편안하게 모셔드리지 못한 불효를 회개하며 눈물로 옷을 적셨다.

 

“아버지!/부르기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바르게 살아라. 착하게 살아라.” 그 뜻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사랑이란 이런 것이구나/늦게라도 깨닫게 해 눈물을 씻어 내는 것/언젠가는 삶의 중심에 서 보게 하는 것/힘들수록 좋은 기억을 일으켜 힘을 채우는 것/아버지라 부름으로 아버지를 알게 하는 것/그러므로 내가 아버지가 되는 것/이 새벽, 아버지가 되는구나. 아버지 고맙습니다.

 

이 책은 읽는 독자들의 마음에 감동의 파장을 일으킨다. 저자처럼 인생을 아름답게 살고 싶은 마음이 불꽃처럼 일어난다. 아마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것이다. 복잡한 세상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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