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코마에 두부 - 생뚱맞고 시건방진 차별화 전략
이토 신고 지음, 김치영.김세원 옮김 / 가디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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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어렸을 적에는 집에서 어머니께서 직접 만든 두부를 먹었다. 어지간한 동네마다 가내 수공업형 두부공장이 있었고, 거기서 밤새 두부를 만들어 새벽에 골목을 다니며 내다팔았다. 동네 구멍가게에 진열되어 있던 두부도 하루를 지나면 맛이 상해 팔 수 없었다. 그러나 1980년대 한 식품회사에서 두부를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해서 판매하는 방법을 내놓으면서 ‘장기보관’이 가능해졌고, 두부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가내 수공업형 두부 영업권이 무너지고, 브랜드로 무장한 ‘포장두부’가 시장을 장악한 것이다.

 

몇 해 전, 일본에서 새로운 개념의 두부가 나와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그 두부의 이름은 오토코마에 두부다. ‘오토코마에’는 ‘사내다운’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두부 이름에 사내답다는 말을 붙인 것이다. 두부와 사내다움이란 전혀 궁합이 맞지 않아 보이지만 이것이 2006년 닛케이트렌드지가 선정한 히트상품 6위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며 일본 비즈니스계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과점 시장에서 후발주자는 웬만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두부 업계의 속설을 깨고 그들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메이지대학 출신의 젊은 사장 이토신고는 아버지의 두부 가게를 물려받아 운영하던 중 기계가 아닌 손으로 고급 두부를 만들어 팔겠다며 독립을 한다. 그때가 2005년, 모든 사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콩물의 농도를 높이고 일일이 손으로 떠서 두부를 만들었다. 그리고 두부의 포장에는 강력한 인상의 남자 얼굴을 그려 넣었고, 아무 설명 없이 큼지막하게 검정색으로 '男'이라고 써놓았다. 슬로건은 ‘진정한 오토코마에는 당신을 배반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 책은 회사의 CEO가 직접 쓴 현장 스토리로 제조법, 디자인, 마케팅, 원소스멀티유저 측면까지 남과 다른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도전했던 일련의 과정과 사례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특히 책에는 그의 지론이자 회사의 사훈인 ‘어정쩡한 남자는 버려라!’라는 문구처럼 부록에는 회사 기밀 ‘오토코마에 두부점 이야기’, ‘오토코마에 두부점 인물관계도’, ‘오토코마에를 짊어진 사원들’, ‘인토 조니 신고 & 오토코마에 두부점 History’, ‘오토코마에 두부’의 모든 것을 자세히 공개하고 있다.

 

전국의 백화점과 슈퍼마켓의 식품 코너에는 먹물로 칠해놓은 듯한 검은색의 ‘男’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종래의 두부와 다른 것은 독특한 포장만이 아니다. 맛도 다르다. 기존의 두부가 담백한 맛이었다면 오토코마에 두부는 진하고 농후한 맛이 난다. 촌스러운 느낌이 드는 용기를 보고 호기심 삼아 집어 들었던 손님들은 농후한 맛의 매력에 빠져 버린다. 맛은 진하지만 생일날 케이크 대신 내놓을 수 있을 만큼 부드럽다.

 

‘과유불급’이라고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한다. 요즘 광고를 보면 너무 전문적인 용어들이 많다. 소비자가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노인들은 깨알만한 글씨로 된 영어와 전문 용어로 가득한 상품을 보면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두부가 몸에 좋다고 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얼마나 좋지? 두부 포장지에 그려진 청년만큼! 누가 봐도 이해되고, 나름대로 해석되고, 거기다 싱긋 미소까지 짓게 하는 ‘오토코마에 두부’ 건강에 관심이 많은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먹고 싶은 두부다. 이 책을 읽으면 나도 창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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