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10도 - 종교가 전쟁이 되는 곳
엘리자 그리즈월드 지음, 유지훈 옮김 / 시공사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오래 전에 새무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을 읽엇다. 20세기 냉전의 종식과 21세기 탈냉전의 국제질서를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패러다임이 제시돼 국제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게 패러다임을 제시한 많은 학자들 중 한 명인 새뮤얼 헌팅턴은 ‘문명과 문명의 충돌은 세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되며, 문명에 바탕을 둔 국제 질서만이 가장 확실한 방어수단’이라고 주장하면서 문명의 충돌이 21세기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세력이 대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십자군 전쟁’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 책은 저널리스트인 엘리자 그리즈월드가 7년간 나이지리아, 수단, 소말리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의 현장을 걸으면서 세계를 뒤덮고 있는 ‘21세기 십자군 전쟁’의 실태와 원인을 정면으로 다룬다. 적도에서 북으로 약 1,126㎞까지 기독교와 이슬람교 세력의 충돌이 빈번한 전선이 위도 10도다. 전 세계 13억 이슬람교 신도 중 절반, 20억 기독교인 중 60%가 이곳에 산다. 그리고 충돌한다.

종교 분쟁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토와 수자원, 석유와 기타 자원을 둘러싼 갈등과 매우 밀접하다. 또 현지 주민들이 믿는 신은 그가 살고 있는 지역을 둘러싼 복잡한 역학에 의해 결정된다. 위도 10도 지역의 신앙은 지리, 역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닌 것이다. 이라크 무장단체에 피랍돼 살해된 김선일(1971~2004), 분당 샘물교회 사태 등을 겪은 한국도 분쟁의 제3자가 아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종교의 이름으로 벌어진 끔찍한 일들이 많이 기록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기독교인들이 아홉 살짜리 무슬림 소년의 사지를 칼로 난자하고 분리된 팔과 다리를 불태웠다. 수단에서는 교회를 가려고 하는 일곱 살 노예 아이의 다리를 주인이 ‘예수처럼 당해 보라’며 판자에 못 박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슬람 무장 세력이 네 명의 기독교인 10대 소녀들을 납치해 그중 세 명의 목을 잘라 죽였다. 한 소녀의 머리는 검은 비닐 봉투에 담겨 교회 계단에 놓여졌다.

2004년엔 무슬림이 교회를 습격하여 불을 지르고 예배를 드리던 교인들을 학살하고 목사를 흉기로 찔렀다. 그러자 기독교인들이 반격을 하게 되었고, 무슬림 마을에선 다시 학살이 벌어졌다. 폭도들은 임신한 여성을 납치해 술과 돼지고기, 개고기를 강제로 먹여 이슬람 신앙을 우롱했고, 나흘 동안 강간하고 풀어주었다. 포로로 잡혔던 여성들을 학교에 가둔 뒤, 스카프를 벗기고 월경 여부를 확인하고 성폭행을 했다. 그야말로 “죽고 죽이는 이야기만 지겹도록 들었다”고 할 정도다.

우리나라는 과거 20년 동안 선교 열풍이 불어 현재 2만 5천여 명의 선교사를 해외에 내보내고 있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4만 6천 명에 이어 두 번째로 선교를 많이 하는 나라로, 해마다 선교사의 숫자가 2천여명씩 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역시 종교 갈등을 격화시키는 역할을 곳곳에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현지 가톨릭과 감리교, 그리고 한국의 장로교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선교사도 오랑 아슬리족의 복음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사실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자기를 낮추는 겸손의 모습으로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만을 자랑하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며 이런 모습이 되기를 간절히 소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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