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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먹는 서양 철학 ㅣ 써먹는 시리즈 1
레슬리 레벤 지음, 이시은 옮김, 윤형식 감수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 인문학이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인문학의 중심에는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는 ‘사람을 알아야 더 좋은 제품, 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며 인문학과 철학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철학이라고 하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 마련이다하지만 철학은 결코 어려운 학문이 아니다. ‘나’, ‘타인’ 등 바로 우리 자신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생각하고 이해해 나가는 학문이다.
나는 철학이 인간과 세계의 비밀을 풀어헤쳐줄 것이라고 잔뜩 기대했던 스무 살 무렵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 철학사>를 읽었다. 그리고 좀 실망했다. 세계의 비밀을 여는 열쇠로는 너무 평이했다.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울림을 주기에는 밋밋했다.
그래도 이 책을 본 이유는 다른 철학사 책에 비해 쉬웠기 때문이었다. 칸트가 그토록 자랑스럽게 생각해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라고 자찬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구성 이론을, 색안경에 비유할 수 있겠는가? 파란색 안경을 쓰고 바라보면 세상이 파랗게 보이듯이 칸트는 마음속에 공간이라는 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봤다는 발칙한 생각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물이 우주의 근원 물질이라고 생각한 탈레스가 등장하는 기원전 7세기부터 역사학과 철학, 심리학과 언어학을 종횡무진 연구한 미셸 푸코의 시대인 현대까지 2500여 년의 세월을 그리스 시대, 로마 시대, 중세 시대, 르네상스 시대, 이성의 시대, 계몽의 시대 순으로 나누고, 시대 변화에 따른 철학 사상의 변천사를 소개한다.
또한 각 시대별로 주요한 철학자를 선별하여 철학자의 성장 환경과 당시 쟁점이 된 화두를 통합적으로 살펴서 철학 사상이 어떤 과정으로 정립되었는지 자세하게 알려 주며, 특히 철학자의 대표적인 명언이 하나씩 담겨 있어 독자들의 철학 상식을 넓혀 줄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철학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또한 철학자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는 글 상자에 따로 담아 배움의 즐거움을 더하였고, 본문 곳곳에는 재치 있는 일러스트가 등장해 철학이 더 편안하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버트런드 러셀은 <서양철학사>의 서문에서 ‘철학이란 아직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은 영역을 인간의 이성을 통해서 고찰하려고 과학과 신학에 한 발씩 걸치고 서 있는 상태’라고 표현하였다. 지식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도 철학적 질문들은 여전히 답이 없이 질문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이 책은 상당한 매력이 있다. 책의 크기도 그리 두껍지 않고 어려운 철학을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말들로 정리하여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정관념을 깨고 누구라도 읽고 즐기면서 교양을 쌓아갈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예리하게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설명하고 있다. 또한 서양 사상사를 이끌어온 위대한 철학자들의 유쾌한 철학을 담았다. 서양철학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