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를 부탁해 - 꼴통 이병에서 체질 병장까지 좌충우돌 해병이야기
신호진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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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이병이 쓸 수 있는 5가지 단어는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구해보겠습니다”, “알아보겠습니다”, “잘 하겠습니다” “똑바로 하겠습니다.”

“해병대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해병대는 밤에 맞으면서 교육받는다”, “해병대는 말이 없다” “내부 고발하는 해병은 해병이 아니다”, “해병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해병은 흔적이 없도록 교묘하게 때린다”, “미제 철제는 녹슬어도 해병은 녹슬지 않는다” “해병의 군기는 미군보다 세다”, “간부는 적이고 해병은 병일 뿐이다.” 이것은 해병대가 꼭 외워야 하는 것이다.

배우 현빈이 백령도 6여단에 배치돼 최전방을 지킨다고 해서 해병대는 그를 놓고 모병(募兵) 홍보병이냐 전투병이냐 검토하다가 최근 전투병으로 결정했다. 평범한 군생활을 원하는 본인의 희망과 여론을 감안한 결과였다. 현빈은 TV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인기 절정기에 국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해병대에 지원한 그의 과단성이었다.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4대 의무는 국방 납세 교육 근로의 의무이다.

꼴통 이병에서 체질 병장까지 좌충우돌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해병대 리얼 스토리. 열차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긴 저자가 ‘죽어도 해병대 가서 죽자’고 결심한 후 입대해, 훈단 시절부터 전역 후의 과정을 한 편의 소설처럼 써내려간 사실적이면서도 유머가 담긴 에세이집이다. 1999년 출간된 ‘해병대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개정판으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소재와 문체가 인상적이다. 해병대뿐만 아니라 군대를 전역한 이들의 공감도 이끌어낸다. 2000년 출간 당시 ‘내무실 검열 압수 품목 1위’라는 타이틀을 석권한 이 책은 2010년에 개봉된 영화 [대한민국 1%]의 원작으로 사용되기도 했을 만큼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한국사람 셋만 모이면 정치 이야기를 하고, 한국남자 셋만 모이면 군대 이야기를 한다. 지나간 군대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것을 이야기 하는 사람만큼 군대생활을 재미있게 하고 철저히 고생한 사람은 없는 것 같이 들린다. 그리고 그는 그 부대의 모든 작전을 꿰뚫고 있고 가장 핵심적인 작전을 수행한 사람 같이 들린다. 혹시 우리는 이전에 성공한 체험 하나를 가지고 “왕년에 내가 이런 일을 했다”고 자랑하고 있지는 않는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군대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훈단 시절 ‘빤스바람 사이코’라는 별명의 훈련교관과 훈련병들 간의 일화는 너무나 재미있다. ‘무늬만 훈병’인 박정치의 19금 팬티사건은 그야말로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또한 선임의 수료식 때 몰래 담배를 피우기 위해 내무실로 들어가서 듣게 된 “열심히 해라. 하루는 길어도 6주는 금방이다. 난 비록 부모님이 안 계신 고아지만 나중에 결혼하면 내 아들은 꼭 해병대에 보낼 거야. 해병대는 남자라면 꼭 한 번 오고 싶은 성지 같은 곳이니깐”이라 고백하는 장면은 이 책을 읽는 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2011년 7월 ‘강화도 해병 총기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책을 읽고 나면 해병대가 얼마나 재미있고 정이 넘치는 조직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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