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권혁준 옮김 / 해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무더운 여름이 다 지나갔는가 했더니 요 며칠 전부터 무덥기 시작하더니 아직도 얼마나 더운지 더위를 벗삼아 책을 읽었다. 그것은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라는 소설이다. 선풍기 바람 시원한 마루에서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는 재미는 여느 피서지의 즐거움 못지않다.

이 책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벌이는 심리게임을 그린 스릴러 소설이다. 독일 베스트셀러 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가 인간 내면에 자리한 심리적 요소를 파고들며 인간의 실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사랑하는 약혼녀를 잃은 정신과 의사와 자살을 결심한 범죄심리학자의 팽팽한 추리게임이 시종일관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하며, 손에 땀을 쥐고 읽게 만드는 마술 같은 힘이 있다.

이 소설은 정신과 의사 얀 마이가 “그들을 믿지 마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약혼녀가 사라진 뒤 독일 베를린의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광기의 인질극을 벌이며 시작된다. 그는 생방송 전화연결 중 무작위로 선정된 청취자가 인질범이 원하는 구호를 외치지 못하면 인질을 한 명씩 사살하는 ‘캐시 콜 라운드’를 시작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범죄 심리학자 이라 자민이 투입된다. 그녀는 첫 딸의 자살로 인한 고통을 못 이기고 자살을 감행하려던 찰나였다. 이라 자민은 협상을 진행하고 마이는 약혼녀 레오니를 데려오라고 한다. 하지만 레오니는 8개월 전에 이미 사망한 인물이다. 마이는 약혼녀가 살아있으며 배후에 음모가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에는 두 사람의 심리 게임이 시작될 뿐만 아니라 이를 멈추기 위한 협상 조건은 오직 얀의 약혼녀를 데려와야 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미 그녀는 8개월 전 사망한 상태임이 밝혀진다. 그사이 상부의 조치로 폭력 진압이 이루어지고 마피아까지 약혼녀를 찾으려고 혈안이 되면서 사건은 더 큰 미궁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시도 지루하다는 생각이들지 않았다. 아마도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이만큼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도 드물다고 하겠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을 잃고 두 주인공이 겪는 심리적 상처와 걷잡을 수 없는 정신적 혼란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해당된다. 누구나 살면서 가까운 이들과 원치 않는 이별, 소통 불능으로 인한 갈등을 겪으며 삶의 이유마저 잃곤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번역한 권혁준 박사는 ‘옮긴이의 말’에서 인질극이라는 소재 자체는 테러나 총기난사 사건 등이 드물지 않은 요즈음에 어쩌면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소설은 두 가지 점에서 특별한 재미를 준다고 말한다. 하나는 두 사람이 벌이는 고도의 심리 게임을 축으로 하여 예상하지 못했던 음모가 여러 차례의 반전을 수반하여 밝혀진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소설이 외적 사건들의 전개에만 머물지 않고 이를 통해 인간 실존의 다양한 국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한편의 영화를 감상한 느낌이 든다. 딸과 어머니가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서로에 대해 보여주는 배려와 애정은 가슴 뭉클한 감동과 잔잔한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