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경제 - 시대의 지성 13인이 탐욕의 시대를 고발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 마이클 루이스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한빛비즈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오래 전부터 일부 예언가들은 수년 동안 주택가격이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부풀려 있어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날이 올 것이고, 결국 미국은 또 다시 ‘거품’지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비관론자라고 일축해 버렸다. 그 결과, 미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가 아무런 준비 없이 베어스턴스의 갑작스러운 파산으로 대변되는 금융위기를 맞이했다.

이 책은 로이터통신으로부터 금융 저널리즘의 최고봉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지금도 아물지 않고 있는 2008년 금융위기의 시말과 원인을 분석한 책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 현대 정치와 경제를 비판하는 유명 논객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등 쟁쟁한 필진인 13명의 유명 저널리스트는 각자의 시선으로 금융위기를 취재해 풀어냈다. 이 책의 특징은 경제전문가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풀어 나가고 있다. 유명한 글쟁이들이 풀어낸 금융위기 당시 현장의 이야기들은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게 구성되어 휴가철에 읽기에 적당하다.

보통 경제전문가들이 내놓은 위기의 원인과 분석은 매번 바뀌고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자들은 “위기의 현장에서 탐욕에 눈먼 사람들이 벌이는 결정적인 실수들은 항상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실수들을 이해하고 방지하는 것이야말로 위기를 반복되지 않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금융위기 발생 당시의 월스트리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형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의 몰락 과정을 묘사하면서, 과연 그들이 사기꾼 집단이었는지 반문하면서 부유한 월가 사람들이 몰락하는 과정과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호화로운 생활상을 고발한다. 2부에서는 금융위기를 진압하려는 버락 오바마 정부 구제금융의 진정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분석을 통해 금융위기가 부른 다섯 가지 실수도 소개한다.

3부에서는 마이클 루이스의 재기발랄한 글맛으로 포장된 아이슬란드의 국가부도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계의 명문 대학이면서도 부도 위기에 몰린 하버드대학교의 부실 경영도 전해준다. 4부에서는 역사상 최대의 폰지 사기를 벌인 메이도프의 뒷얘기와 함께 20년 넘게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에게 사기를 친 버나드 메이도프의 두 얼굴을 폭로한다.

금융위기 당시 모든 사건은 배후 인물을 비롯한 모든 내막이 밝혀지지 않은 채 미궁에 빠진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을 읽어 가다가 보면 독자 스스로 사건 원인을 분석하고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화폐가 생기고 은행이 생기면서 경제위기는 시대를 막론하고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는 위기의 현장과 그 이면에 대해서는 알기 힘들었다. 앞으로도 이런 위기들은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다.”

금융대란은 오늘날 지구촌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다. 이 책에 대해서 로이터통신의 금융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는 펠릭스 새먼은 “불가능한 일이 벌어졌다. 이 책은 금융 저널리즘의 최고봉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이 책은 7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다. 또한 빨리 읽을 수 있는 책도 아니기에 몸과 마음을 느슨하게 내려놓을 수 있는 휴가기간에 산으로 바다로 달려가는 것도 대안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시대의 지성인들에게 탐욕의 시대를 공부하는 것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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