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영혼일 때 떠나라 - 떠남에 서툰 당신을 위한 청춘 여행법
노동효 지음, 안시내 그림 / 나무발전소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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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삐 살아온 현대인에게 휴가는 몸과 마음을 느슨하게 내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산으로 바다로 달려가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책의 향기에 취해보는 것도 훌륭한 휴가 계획이 될 수 있다. 책 한 권 읽으며 삶을 돌아보고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나는 이번 휴가 기간 동안에 방콕(방구석에 콕 쳐 박혀)에서 <푸른 영혼일 때 떠나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샛길 예찬자, 길 위의 작가 노동효가 스무 살에 다녀온 대륙횡단기를 풀어낸다. 길에서 새어 나오는 로드 페로몬의 체취에 민감한 작가는 20세기말에 지구 반 바퀴를 방랑한 기이한 여행기를 통해 삶과 여행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저자는 대학교 3학년 2학기 영국 런던으로 떠나 13개월간 어학연수와 유람선 선원생활 등을 경험하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실크로드라 불리던 유라시아대륙 횡단 여행길에 오른다. 변변한 여행안내서도 없이, 여행경비 200만원, 그것마저도 긴 여정의 10분의 1에 위치하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2분의 1을 소매치기 당한다. 세계 지도 한 장을 들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여행자를 만나 정보를 수집한다. 버스를 타기도 하고, 배를 타기도 하고, 기차를 옮겨 타면서 동쪽으로 전진하는 112일간 1만6000㎞에 달하는 머나 먼 여행길에서 저자는 우연스런 만남을 반복하며 깨달음을 얻어간다. 저자의 깨달음을 한 글자 한 글자 읽어가노라면 푸른 청춘의 영혼이 깨워 일어나게 된다.

그렇게 힘든 모험이었건만 저자는 “푸른 스물, 그때 떠난 여행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부정해 왔던 많은 것들을 긍정하게 했고, 한편 무의식적으로 쫓던 많은 것들을 버리게 했다”며 “지리멸렬한 세계에 대한 환멸을 걷어차고 자유를 향해 날아오르게 만들었다.” “그때 떠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여행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고백한다.

나는 몇 년 전에 동유럽(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을 여행하고 온 적이 있다. 여행자들에게 꿈의 여행지로 꼽히는 프라하. 유럽 도시 중에서도 가장 유럽다운 도시로 프라하를 꼽는 것은 이곳에 그만큼 볼거리와 낭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천천히 걷다 보면 가는 곳마다 이방인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구시청광장에서 왼쪽으로 약 200m 카를로파 거리에 접어들면 중세의 작은 길들이 꼬불꼬불 이어진다. 작은 가게 카페, 펍 레스토랑들이 밀집한 거리를 천천히 걸어가면 어느덧 블타바 강을 가로지르는 카를브리지에 다다른다. 구시가와 왕궁을 연결하기 위해 놓인 다리에는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다. 파리에 알렉산더 3세 다리가 있고 런던에 타워브리지가 있다면 프라하에는 이 카를브리지가 있다. 교황 성인 등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을 조각한 30여 개 작품이 다리 양편으로 서 있고 거리의 악사들이 관광객들에게 바이올린과 첼로 등으로 음악을 들려준다. 거리에서는 화가들이 여행객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주고 상인들은 기념품을 판다. 다리 전체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은 다리 진입부에 있는 중세시대 건물이다. 지금도 프라하를 떠올릴 때마다 가장 또렷하게 남아있는 것은 프라하는 내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대가 아직 푸른 영혼이라면 유럽행 편도 항공 티켓을 사라고 권하고 싶다”고 권한다. 그리고 스페인의 산티아고나 이탈리아의 로마나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출발, 동쪽으로 거슬러 오는 길, 유럽-중동-아시아, 고풍스런 도시들과 사막과 히말라야를 지나 중국 산둥반도에서 배를 타고 해뜨는 아침의 나라로 오는 길이 어떤 의미인지 온몸으로 느끼며 꽃이 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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