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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유랑 - 서른 살 여자, 깡 하나 달랑 들고 꿈을 찾아 나서다
윤오순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최고의 여름 피서법으로 독서를 꼽는 이들이 많다. 탁 트인 나무그늘이나 선풍기 바람 시원한 마루에서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는 재미는 여느 피서지의 즐거움 못지않다. 요즘 책을 읽으면서 왜 자꾸 개그가 떠오르는지 모를 일이다. 특히 박성호의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란 말이 마음을 울리는 요즘이다. 먹고사는 일을 걱정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현대인들에게 ‘꿈’이란 단어는 때때로 추억이나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여기, 현실감으로 단단히 무장된 젊은이들 앞에 10년째 세상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꿈을 좇아 중국, 일본, 영국, 에티오피아를 넘나들며 ‘공부 유랑’을 펴냈다.
이 책은 문화기획자 윤오순이 서른의 나이에 꿈을 위해 훌쩍 떠나 유학 중에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꿈을 향한 열정 등을 고스란히 담아낸 유학기이자 꿈 노트다. 학비 조달 등의 현실적인 문제부터 유학지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까지, 또한 10여 년이란 세월을 외국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해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 지난 세월을 들려주듯 담담하게 써나간 것이다.
소설가 이외수가 추천의 말에서 “<공부 유랑>의 저자 윤오순은 불가사의한 존재이다. 아마도 그녀의 영혼 속에 공부 못해서 죽은 귀신이 들어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날 그녀는 돌연히 직장을 그만두어 버린다. 아무래도 공부귀신이 그녀의 영혼을 충동질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라고 한 것처럼, 저자는 갖은 악조건 속에서도 오로지 배움에 중독된 ‘공부종결자’다운 도전을 이어가면서 남에게 절대로 손을 내밀지 않고 오로지 독학으로만 모든 과정을 수행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가지 않고 증권회사에 다니면서 월급으로 읽고 싶은 책을 사서 읽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살아가던 저자는 불현듯 “아무 생각 없이 회사를 다니다 퇴직하는 것이 전부일까?”란 고민에 빠진다. ‘공부’에서 길을 찾기로 결심한 그녀는 당차게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에 들어간다. 그리고 졸업 후, 이미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무작정 중국 대륙으로 연수를 떠나고 그날부터 그녀의 삼 대륙에 걸친 파란만장한 공부유랑이 시작된다. 공부하면서 힘들 때마다 ‘공부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 이곳에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자신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곤 했다.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재 영국 유학지에서의 단상을 시작으로 중국, 일본, 에티오피아에서의 유학생활을 풀어나간다. 1장 ‘배울 것이 있어 기대되는 삶’에서는 영국 엑시터 대학에서의 유학 생활과 연구 분야에 대한 소개, 기숙사 생활, 지도교수 폴 클로크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 한다. 2장 ‘떠났다, 그리고 돌아보지 않았다’에서는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한 내용부터 중국으로 첫 유학을 떠나 겪은 황당하고도 재미난 사건들이 전개된다. 3장 ‘새롭기에 더 신난 유학길’에서는 본격적으로 학위 과정을 시작한 일본 유학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 한다. 4장 ‘힘들어도 묵묵히 걸어가자’에서는 외국어를 배우면서 아르바이트로 고생하는 유학생의 애환이 그려져 있다. 5장 ‘더 넓은 세상 만나기’에서는 에티오피아에서 탄피를 가지고 수집해 오려다 공항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연과 오지에서의 유학기를 재미있게 담고 있다.
해외유학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저자의 체험을 가감 없이 수록한 이 책이 해외유학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될 것으로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