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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와 카뮈 - 우정과 투쟁
로널드 애런슨 지음, 변광배.김용석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7월
평점 :
20세기 프랑스 지성계의 두 거인 알베르 카뮈와 장 폴 사르트르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처음으로 만나 카뮈의 <반항적 인간>이 출간되던 해인 1951년까지 친구가 되었다. 철학적으로, 정치적으로 가까웠던 데다 비슷한 길을 걸었고 비슷한 야망을 지닌 두 사람의 우정은 날이 갈수록 돈독해졌다.
카뮈는 그의 저서 <반항적 인간>에서 폭력 사용을 정당화하는 마르크스주의적 혁명 개념을 거부하는 견해를 입장을 취했고, 사르트르는 <현대>지를 통해 카뮈를 ‘현실적 갈등과 동떨어져 있는 지식인’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카뮈는 사르트르를 포함해 ‘역사의 방향으로 의자를 놓지 못한 자들’이라며 재차 비난했다. 이후 사르트르와 카뮈의 사이에는 균열이 생겼고, 이 때 깨진 우정은 카뮈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이 책은 ‘자유’의 문제와 ‘악’ 앞에서의 ‘책임’ 문제에 대해 일치했던 두 사람의 견해가 냉전과 더불어 확연히 갈라지는 전 과정을 하나하나 되짚고 있다. 저자 로널드 애런슨은 특히 지배계급에 대한 사르트르의 투쟁과 기독교적 휴머니즘 쪽으로 경사된 카뮈 사이의 극복 불가능한 거리를 보여 주고 있다. 저자는 둘의 관계에는 시대적 배경이 무엇보다 깊숙하게 작용했다고 말한다. 전쟁 후의 무한한 낙관주의 속에 커진 우정은 냉전의 골이 깊어지면서 깨졌다는 것이다. 두 거인의 만남과 이별의 스토리는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전쟁의 발발로 이어지는 미국과 소련 사이의 갈등이 악화됨에 따라, 그들은 그때까지 별다른 탈 없이 유지해온 우정에서 회복할 수 있는 타협의 여지를 완전히 잃게 된다. 그들이 헤어지게 된 것은 단지 각자가 서로 대립하는 진영에 합세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들 각자가 도덕적으로 그리고 지적으로 두 진영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카뮈와 사르트르에 대한 우정의 역사는 50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드러나지 아니하므로 이제 밝힐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이제 비로소 두 사람 사이에 정립된 우정의 역사를 다루는 저서다운 저서를 쓰는 작업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카뮈와 사르트르 사이의 갈등을 일으켰고 부추겼던 가장 심층적인 문제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폭력과 전쟁은 중요한 시사문제임에 틀림없다. 핵 테러의 위험도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복잡하게 꼬여 있으며, 인류가 서로 멱살을 잡고 드잡이를 하는 동안에도 카뮈와 사르트르는 계속 지금도 유용한 요소들을 제공해주고 있다.”
저자는 카뮈와 사르트르 가운데 카뮈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사르트르는 점차 늙어가면서 건강을 잃었고, 그의 마지막 말들이진짜 그의 것인지 아니면 측근들의 것인지 논란을 일으키게 했으므로 카뮈가 더 호감이 가는 사람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두 명 가운데 누가 승자인가 라는 물음에 “사르트르일 수도 잇고, 카뮈일 수도 있다.”는 양시론적 입장을 취했다. 이들의 논쟁은 세계대전과 냉전체제의 비극을 담고 있는 역사의 산 증거이다. 이들의 우정과 투쟁을 배우므로 우리나라의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가 손을 잡고 하나 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