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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초콜릿 - 두 자매의 삶, 달콤한 초콜릿, 꿈을 함께해준 소중한 사람들
프랜시 박.진저 박 지음, 문수민 옮김 / 라이프맵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매우 감촉이 좋은 재질로 되어 있는 책, 제목이 초콜릿 색으로 진하게 새겨진 <초콜릿 초콜릿>이다. 별도의 겉 표지에 “키스의 맛 바치초콜릿, 조약돌처럼 매끈한 버건디그라페, 사랑스러운 반달 버터크림, 짜릿한 하모니 샴페인트뤼플, 호두를 얹은 초콜릿 봉봉, 새까만 유혹자 악마의 돔...”이라고 적혀 있다.
누구를 막론하고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 들어가는 쌉쌀하고 달콤한 맛, 초콜릿과의 첫 만남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짜릿한 기억이 희미해지면서 초콜릿은 의례적 행사를 위한 물품으로 바뀌어간다. 물론 어린이의 간식거리로 이미지가 굳어버린 초콜릿, 게다가 표준화된 맛과 과도한 칼로리의 대량생산된 초콜릿으로부터 추억이 멀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초콜릿을 처음 접한 유럽인은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였다. 당시의 초콜릿은 오늘날과 같이 ‘먹는’ 음식이 아니라 마치 커피처럼 카카오나무의 열매로 만들어진, ‘마시는’ 음료였다. 1528년 스페인의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가 카카오열매를 유럽에 가져온 후 한 세기가 지나서야 초콜릿은 왕과 귀족들의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게 된다. 화려한 바로크 시대는 새롭고 이국적인 것들을 갈망했고, 초콜릿은 커피와 차 그리고 설탕과 함께 그러한 욕망을 채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었다. 초콜릿은 초기에는 강장제로서 또는 성욕촉진제로서 받아들여지면서 유럽으로 급속히 퍼져 나갔다. 오늘날과 같이 ‘먹는’ 초콜릿이 등장한 것은 1820년대이다. 카카오원두를 간 반죽에서 카카오 버터를 분리하는 기술이 등장하고 나서야 판형 초콜릿과 물이나 우유에 타먹는 코코아가 탄생한다.
이 책은 ‘초콜릿초콜릿’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프랜시와 진저라는 두 자매의 삶과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이들은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다. 이들의 부모는 1954년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기도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된다. 아버지는 연세대학교에 다니면서 정치에 뜻을 두었으나 조국이 통일을 이루지 못함을 보고 무력감에 젖어 미국행을 결심했다. 어머니는 북쪽에서 탈출하여 고향에 남기고 온 외할머니를 다시 만날 날이 오기만을 위해 매일 기도했다. 이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새로운 미래의 꿈을 펼치게 되었다.
미국에서 남부럽지 않게 행복한 생활을 하던 그들의 가족은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갑작스럽게 죽게 되고 집안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한다. 이에 프랜시와 진저는 아버지가 남겨주신 유산으로 워싱턴DC의 유행을 선도하는 거리에 초콜릿 전문점을 세우고 가게 이름을 이 책의 제목인 ‘초콜릿 초콜릿’으로 정했다. 가게 안으로 발을 들여놓으면 초콜릿 향기가 물씬 풍긴다. 최초의 초콜릿 전문점 ‘초콜릿초콜릿’을 운영하면서 초콜릿처럼 달콤한 추억과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쌓게 되고 때로는 다크 초콜릿처럼 씁쓸한 추억도 만들면서 동화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초콜릿은 위안이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견뎌낼 수 있는 방법은 자매가 서로의 어깨에 기대는 것이었다. 초콜릿은 사랑이다. 수십 년간 초콜릿초콜릿은 비밀스러운 짝사랑을 도와주고 난관에 부딪힌 연인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초콜릿은 마법이다. 가게를 처음 열 무렵 세상물정을 몰랐던 자매는 힘들 때도 가게는 항상 초콜릿으로 가득했다. 자매는 항상 꿈을 믿었으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무엇보다 초콜릿의 마법을 믿었다.
책을 읽으면서 초콜릿의 달콤함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사랑을 이야기하고, 위로를 베풀고, 행복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