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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즐거워 - 서울은 나를 꿈꾸게 했다
장미자 외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산과 논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도시로 나오게 되었다. 처음으로 열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하니 높은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었고, 이름 모를 수 많은 자동차들이 달리고, 휘황찬란한 불빛에 눈이 휘둥그래졌었다. 그동안 고생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고 도시가 고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은 서울시가 서울시민들의 서울에 관한 추억, 이야기, 경험담 등 스토리를 모은 ‘잊지 못할 나의 서울 이야기’ 1, 2차 공모전에 출품된 원고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만을 가려 뽑은 에세이집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시, 서울에 관한 다양한 생각과 서울사람의 여러 이야기를 보여 준다.
서울하면 떠오르는 많은 이미지들이 있다. 세련되고 풍요로운 세계, 차갑고 폐쇄적인 공간으로 상징되곤 하는 도시, 때로는 긍정적이고, 때로는 부정적인 단어도 있는데, 과연 우리 마음속의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적어도 수백 년 이상 서울은 나라의 중심이었지만, 한국전쟁 이후 60~70년대 개발독재 기간의 서울은 그야말로 이 땅의 모든 에너지를 흡수해버릴 듯한 기세로 팽창해갔으며, 이때부터 한강은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경제 성장의 아이콘이 되었다.
실연의 아픔으로 세상을 등지려고 했던 어떤 젊은이가 “청춘이 다시 오나 어디 힘내서 살아”라는 식당 아주머니의 위로의 말 한마디에 새 삶을 살게 되었고, 가족과 서울 나들이를 왔던 아이가 미래의 꿈을 발견하면서 장래가 달라지고, 각자 갈길 가느라 너무나도 분주한 거리 한복판에서 길을 헤매거나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낯선 사람들의 진심 어린 배려와 친절을 경험하고 감동하는 곳도 바로 서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시, 서울은 겉보기와 달리 속이 깊고 정이 많았으며, 도시인들 또한 넉넉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이 책의 부제는 ‘마음과 마음이 모이는 따뜻한 도시 그래서 정말 살맛 나는 우리이야기’이다. 책에서 말하는 대로 서울이라는 도시는 정말 살맛나는 도시이다. 복잡하면서도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도시이다.
물론 이 책에 비춰진 도시의 삶이 총천연색 희망만으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힘이 들고, 몸과 마음이 아프고, 좌절하는 순간에도, 우리 곁에는 언제나 힘을 북돋우는 가족들과 정을 나누는 이웃들, 착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가 살아갈 수 있다고 에피소드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렇게 도시는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이 모이는 곳이다. 그 마음을 느끼고, 나 또한 마음 한 조각을 보태면 우리는 희망에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에 도시의 삶과 도시인으로 살아가는 건 참 즐겁다.
사람들이 점점 더 이기적이 되고 차가워져 세상살이가 갈수록 삭막해진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삶에서 기쁨보다 걱정의 비중이 더 커진 것만 같아 ‘삭막한 세상’이라고 맞장구를 쳤으나 이제는 낯선 사람들의 친절에 감동을 받고부터는 나에게 서울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따뜻한 도시로 기억된다. 이 책은 서울 시민은 물론 타 도시인들과 농어촌 사람들에게 까지 많은 위로와 사람 사는 맛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