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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나지 않는 시대에 고함
정대진 지음 / 책마루 / 2009년 10월
평점 :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난다’란 속담이 잊혀지고 있다. 그 자리를 대신해 ‘개천에서 용쓴다’라는 조소어린 말이 대신하고 있다. 이는 학생이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의 재력이 뒷받침된 사교육 지원이 없으면 대학 입시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음을 뜻한다.
지난해 유명환 전 장관의 딸에게 특혜를 준 것이 속속 사실로 확인되면서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부와 권력이 반칙과 편법으로 대물림되는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고위 공직자들은 자녀의 교육을 위해 위장전입을 일삼고, 재벌은 세금을 내지 않고,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줬다. 빈부 격차는 교육으로 까지 이어져 강남 3구로 불리는 강남, 서초, 송파구 출신이 서울대 정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게 됐다. 결혼을 할 때도 상대방의 직업보다는 부모의 재력과 직업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문제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골이 점점 더 깊어진다는 것이다.
300년에 걸쳐 산업화를 이루며 계층 갈등을 흡수해 온 서양에 비해 압축 성장을 한 우리는 진통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관계 자본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인맥이라고 할 수도 있는 사회적인 관계를 동원해서 공적인 규칙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개천에서 용난다’는 속담은 다 옛날이야기가 돼 버릴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고,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사회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관념적인 현상접근이 아닌 저자의 어린 시절과 학원에서 십여 년 사교육 논술강사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사교육 과대팽창의 원인을 진단하고, 사교육 시장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내면서 현 교육제도에 대해 신랄하고 통렬한 비판과 우려를 함께 글을 통해서 나타낸다. 또한 교육개혁의 원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문제의 당사자인 10대들의 참여를 촉구한다.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시대가 굳어져 양극화의 어두운 미래사회가 도래한다면 지금 10대들은 고스란히 그 부담만 떠안아야 한다. 하지만 ‘개천에서도 용은 났다.’ 2007년 BBK 의혹과 각종 말실수, 스캔들 속에서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이런 대통령을 하늘이 주신 이유는 뭘까? 저자는 말하기를 “하늘은 신용불량자 되어서 노숙하는 사람, 입시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 일자리 없어서 고민하는 청년들 문제 해결하고 빈부격차 줄이며 적어도 사람들이 밥 굶는 일은 없도록 하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이 땅에 주신 것이다.” 라고 했다. 그런데 울산 ㅈ여고에서는 한 달 4~5만원하는 급식비를 내지 못해 여고생이 학교에서 점심밥을 못 먹고 있다. 이것이 하늘의 뜻일까!
저자는 현 정부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오늘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빈부격차와 교육격차가 대물림되면 재앙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진단하는데도 개천에서 난 용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왜 용들은 용가리처럼 변한 것일까? 저자의 비판에 공감이 간다.
이 책은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한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정말 자녀들을 위해서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를 생각해보고, 어두운 미래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을 밝은 미래로 바꿀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므로 사회가 안정적으로 굴러가도록 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