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가 나를 키웠어요 - 여자 축구 MVP 여민지의 꿈과 도전 이야기 명진 어린이책 18
여민지 지음, 이지후 그림, 이혜경 구성.정리 / 명진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적에 담임선생님이 매일 일기를 쓰도록 숙제를 내주었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6년 동안 때로는 며칠 미루다가 한꺼번에 쓰기는 했지만 일과를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한 것으로 기억한다. 매일 일기 쓰는 것이 숙제이긴 했지만, 어렸을 땐 참 대단한 성실파로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계속 썼으면 좋았으련만 중학교에 들어가서부터는 아주 가끔씩만 일기를 썼다. 중학교에서는 일기 숙제가 없었기도 하거니와 영어, 수학 공부 때문에 일기 쓰는 것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일기의 중요성, 필요성은 알지만 어느 누구도 강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하게 된 것이다.

왜 중학교 선생님들은 다른 숙제는 그렇게 많이 내주면서 일기 숙제는 안내셨는지 알 수가 없다. 다른 숙제는 아주 많았는데 일기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자율에 맡겨지는 것인가? 고등학교 때까지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선생님의 말씀에 적극적으로 순종하고 성실했던 반면, 자율성, 자발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일기를 계속 썼더라면 지금쯤 책으로 출간했을 것인데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은 여자 축구 스타 여민지의 일기를 바탕으로 한 꿈의 모험담을 기록했다. 여민지 선수의 어린 시절부터 2010 FIFA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하기까지의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며 느낀 외로움, 축구화를 사 달라고 조르던 일, 축구 일기를 쓰게 된 계기, ‘가시나’가 무슨 축구를 하느냐는 이웃들의 말에 민지의 편을 들어 주던 부모님, 초등학교 시절 성장 통 때문에 축구를 그만 둘 뻔한 이야기, 축구부에서 따돌림 당한 일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국가 대표에 뽑혀 주눅 든 모습, 심각한 무릎 부상으로 거의 1년간 축구를 쉬어야 했던 사연 들이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마지막 장에서는 월드컵 결승전 당시의 아슬아슬한 순간과 여민지 선수의 마음속 갈등을 엿볼 수 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힘든 훈련에도 여 선수가 축구를 계속할 수 있었던 데는 일기가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선수가 된 뒤로 그는 매일 ‘축구 일기’를 쓰며 꿈을 키웠다. 일기장에는 수학 공책처럼 여러 가지 그림과 글이 빼곡하게 들어 있다. 하루하루의 훈련 상황을 그림으로 그리고, 그날의 연습 과정과 새로 배운 내용, 반성할 점을 꼬박꼬박 적었다. 그의 일기에는 영어가 유난히 많다. 해외진출 때 언어의 장벽을 넘기 위한 준비를 한 것이다. 영어로 일기를 쓴 데는 박지성 선수의 조언이 컸다. 2007년 12월에 ‘윈저 어워즈 한국 축구 대상’에서 꿈나무상인 ‘윈저 루키 상’ 수상자로 시상자인 박 선수를 만났을 때 그는 “민지야, 영어 공부 열심히 해. 외국에 나오면 영어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져”라고 조언해주었다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면 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날마다 일기를 쓰다보면 꿈을 키우게 되고 잠재된 능력을 100%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일기 쓰기를 싫어하거나 어려워하는 어린이들에게는 ‘민지의 일기 쓰기 비법’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본보기로 여민지 선수가 실제로 쓴 일기 16편이 이 책에 실려 있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일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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