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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 이외수의 감성산책
이외수 지음, 박경진 그림 / 해냄 / 2011년 1월
평점 :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는 자살률로 볼 때 인구 10만명당 24.8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쉽게 취직하지 못하는 88만원 세대, 갈수록 증가하는 청소년 우울증 등 온갖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달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희망의 빛으로 밝히기 위해 영혼의 연금술사 이외수 작가는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을 통해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자기 인생에 스스로 날개를 달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이 책은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소셜미디어로 매일을 53만 독자들과 함께 시작하고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있는 그가 세상의 틀에 갇혀 자신감마저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은 지난 92년 출간한 ‘흐린 세상 건너기’에 담긴 원고 일부에 새로 집필한 글(생각의 여운 을 남기는 짧은 글 119편)들을 합하고 박경진 작가의 수채화를 더했다. 작가는 묵직한 코끼리에게 '날개'를 달아 하늘 높이 날 수 있게 하는 것처럼 독자들이 상상력에 날개를 달고 보다 창조적인 존재로 살아가길 권유한다.
이 책은 모두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모든 하루는 모든 인생부의 중심부이다’에서는 “가장 불행한 젊음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젊음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불행한 젊음은 거부할 수 없는 대상으로부터 내키지 않는 선택을 강요당하는 젊음”이기에 주어진 하루하루에 충실한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2장은 ‘사랑이라는 것은 결코 반대말이 없습니다.’에서는 산이 높아 그대 잇는 곳에 못 간다면 진정으로 보고 싶지 않은 것이고, 강이 깊어 그대 있는 곳에 못 간다면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진정으로 보고 싶다면 아무리 산이 높아도 넘을 것이요.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아무리 강이 깊어도 건널 것이라고 한다.
3장은 ‘우주는 의문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니라 질문으로 가득 차 있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과 친해질 뿐만 아니라 활발하게 살아가는 군중들의 생활력을 느끼고자 일부러 삼등칸만 골라 탄 아인슈타인 박사의 이야기로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알려준다. 4장은 ‘구름이 무한히 자유로운 것은 자신을 무한한 허공에다 내버렸기 때문이다’에서는 “인생이라는 이름의 열차에 탑승한 승객은 누구나 고난이라는 열차표를 지참하고 있어야 하며, 무임승차는 절대로 허용되지 않는다”며 무기력하게 좌절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자신감을 갖고 현실에 뛰어들 것을 권유한다. 5장은 ‘나 하나가 깨달으면 온 천하가 깨닫는다’에서는 포기하지 않고 직업을 찾은 청년의 이야기 등을 통해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전한다.
각장 말미에는 상처받은 감성을 치유하는 작가의 시가 배치되어 있으며, 팍팍한 현실에서 물러나 스스로를 돌아볼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생은 눈물임을 고백하는「새치」, 천상병 시인과의 대화를 시화한「도인 천상병과 술 한 잔을」등에는 삶을 향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잘 묻어나 있어 읽을수록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이외수 작가는 소원을 이루어줄 천사를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고,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감성의 씨앗을 뿌려줄 천사가 되어줄 것을 소망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부조리로 가득한 세상에서도 자신 안의 그릇을 크기 깊게 키워내는 감성과 창조성을 선물하는 천사의 날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