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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뇌 - 하버드대 뇌과학자의 뇌졸중 체험기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장호연 옮김 / 윌북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평범한 책이 아니라 하버드대 뇌과학자의 뇌졸중 체험에 관해 기록한 특별한 책이다. 뇌는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다. 평균 잡아 1500㎤에 불과한 크기지만 감각과 운동·식욕과 성욕·감정 등 인간의 삶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없다. 문학·예술 등 창조적인 사고도 해당한다. 더욱이 뇌는 대화를 하면서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능력까지 자유롭다.
저자는 인디애나의대를 졸업하고 뇌과학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하버드대에서 박사후연구원 자격으로 뇌에 관한 해부학 연구와 강의를 충실히 하고 있었다. 37세의 촉망받는 젊은 과학자였던 그는 1996년 12월 10일 왼쪽 눈 부근의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잠에서 깬다. 뇌졸중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좌뇌의 혈관이 터지면서 골프공만한 핏덩어리가 생긴 것이다. 말을 할 수 없게 된 것은 물론, 어머니도 못 알아봤다. 하지만 이 사건이후 그녀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에게 뇌졸중은 뇌에 관해 탐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마침내 8년간의 치료 끝에 회복에 성공한 그는 우리 뇌가 무엇인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뇌에 관한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한 편의 고백록을 기록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책 <긍정의 뇌>이다.
그는 뇌졸중 초기 4시간 동안 일어난 변화들과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받으며 느낀 점들, 개두 수술을 받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회복에 가장 도움되는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등에 대한 자신의 실제 경험을 과학자답게 명료하고도 생생하게 풀어놓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뇌졸중이 찾아온 아침부터 회복하기까지의 여정을 시간순으로 기록하여 뇌졸중 환자 혹은 가족과 의료종사자들이 바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조언들로 채워져 있다.
2부에서는 뇌졸중으로 알게 된 뇌의 비밀을 밝히고 있다. 좌우 뇌 기능의 비대칭성, 스스로 치유하려는 힘을 지닌 뇌의 회복력과 가소성 등 현대 뇌과학이 증명한 사실을 토대로 뇌졸중 당시 자신이 경험한 마음의 깊은 평화가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설명한다.
3부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뇌졸중의 원인과 뇌과학 지식을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또한 이 책의 끝 부분에 ‘뇌졸증 자가 진단 10가지 질문’과 ‘회복에 가장 필요한 40가지’를 기록하여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저자는 좌뇌와 우뇌의 차이를 강조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뇌졸중 발병으로 인해 인지력이 단계적으로 무너져가는 과정을 과학자의 눈으로 추적하는 대목이다.
뇌졸중으로 좌뇌가 멈춘 순간 세상을 에너지로 느끼고 열반과도 같은 기분을 느꼈다는 그의 이야기는 어떤 면에서 신비주의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의 경험이 종교적으로 해석되거나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경험은 다만 인간 정신의 능력으로 가능했음을 못 박는다. 그는 우뇌의 신비한 능력을 종교적 믿음이 아니라 과학적 체험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뇌 과학적 지식을 깊이 있게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