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만 실종된 최순자
김은정 지음 / 판테온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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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라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특히 한국 여자에게는 얄궂은 것이다. 나쁜 남자들은 여자를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비유(즉, 크리스마스 이브의 케이크처럼 스물네 살이 제일 잘 팔리고 그 후로는 떨이로 밀린다는)했고, 텔레비전 광고에서는 ‘20대여 영원하라’라는 30대 이상 여성들에게 돌팔매질 당하기 십상인 카피 문구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책은 “여자에게 가장 큰 공포는, 잡귀(雜鬼)중 한 맺히기로 으뜸간다는, 사내 맛을 못 본 처녀 귀신도 아니요, 대폭발 빅뱅과 비견될만한 사춘기 시절, 의식의 우주 속에 탄생하여 엊저녁 콜라겐 덩어리란 합리화로 속수무책으로 쥐고만 족발을 발라먹던 순간까지도 머리 주위를 공전하며 괴롭히던 다이어트에 대한 히스테릭한 의무감도 아니요, 이윽고 석별을 느끼며 그 마지막 족발을 들춰내고 나서야 압사된 채로 발견된 바퀴벌레도 아니요, 생채기처럼 더해지는 주름살도 아니요, 햄릿의 독백 '죽느냐 사느냐' 그것보다 과연 더 큰 문제인 임신테스트기의 방백 '한 줄이냐 두 줄이냐'의 답을 구하는 순간도 아니요, 사랑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며 장렬하게 혈서까지 써대던 진드기 같은 놈도 변심까지의 유통기한이 불과 3년이었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대면하게 된 순간도 아니요, 바로 ‘서른’이 된다는 것이다.”

책의 제목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서른만 실종된 최순자”는 저자가 2년여의 공을 들인 끝에 완성된 것으로, 출간되기 전 20대~30대 여대생과 대학원생, 커리어우먼, 주부들에게 원고를 미리 공개해 100명으로부터 추천을 받기도 했다. 원고를 미리 읽어본 독자들의 반응은 “어쩜, 서른 살 여자 마음을 이렇게 잘 표현했을까?”, “스물아홉 빛나는 내 청춘에 이 책을 바친다!”, “두고두고 읽어야 할 서른 살 여자 마음 교과서”, “제발 남자들한테 이 책 좀 읽어보라고 소문 좀 내주세요!”, “무엇으로도 치유할 수 없었던 서른 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답답함을 치유할 수 있게 해준 책!”이라는 다섯 가지의 반응으로 나타났다.

IMF 외환위기로 작은 부품 공장을 운영하던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오천만원이라는 빚을 짊어지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이 더 이상 학업을 유지할 수가 없어서 다니던 고등학교에 자퇴서를 냈다. 얼마나 힘든 생활이었을까 짐작이 간다. 그는 3층의 허름한 법률사무소 찾아가 파산 신청 등의 법률 상담을 받았다. 상담비가 얼마냐고 물었더니 상담실 아저씨는 “음...나중에 여유 생기면 자장밥 한 그릇 시켜주면 더 없이 고맙겠어.” 6년 후 첫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으로 약속을 지켰다.

그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두명의 남자로부터 이용을 당하고, 좋지 않은 생활만 연속으로 일어났다. 그기에 일하고 있는 사무실의 변호사도 아내에게 치여살고, 친한 친구도 임신을 했으나 그녀의 남자친구에게 버림을 당한다. 변호사의 도움으로 호적을 정정하여 12살이나 어린 나이로 변신을 하여 살아간다.

저자는 “지구에 사는 생물학적 여자라면 한 번쯤 다시 스무 살이 되고 싶다고 넋두리를 해봤을 것이다.”라고 했다. 저자도 내년이면 ‘서른’이 된다. 이 책은 저자의 이야기이면서 저자의 바람이기도 하다.

“서른만 실종됐던 서른두 살 최순자는 말한다. 끝은 어디에도 없다. 설사 죽어서도 땅에 묻혀 다시 한 그루의 은행나무 속에서 피어나지 않는가. 내게 주어진 것이라면, 나는 사랑도 질투도 그리움도 실패도 망설임도 후회까지도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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