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 - 소설로 읽는 20세기 수학 이야기 에듀 픽션 시리즈 7
테프크로스 미카엘리데스 지음, 전행선 옮김 / 살림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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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수학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중학교 다닐 때에 수학과목을 제일 싫어했다. 계산을 하고 머리를 써야 된다는 것이 얼마나 싫은지 모른다. 그런 이유로 처음에 이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책 제목이 <살인을 부르는 수학공식> 소설로 읽는 20세기 수학 이야기라고 해서 수학을 소설로 읽으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으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2006년 그리스 아테네의 폴리스 퍼블리케이션스에서 그리스어로 출간된지 10개월 만에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진입하며 지성적인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단숨에 매료시켰다고 한다. 그리스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인기가 있었던 소설인데도 나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소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읽어야만 줄거리를 알 수 있는 소설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그리스 사람들은 수학과 문학에 있어서 상당히 뛰어난 민족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리스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미카엘의 집에 어느 날 경찰이 찾아왔다. 오랜 친구였던 중학교 수학 교사인 스테파노스가 지난 밤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바로 전날까지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던 미카엘은 급작스런 친구의 죽음 앞에서 처음 그를 만났던 때를 떠올린다. 그것은 1900년 만국 박람회가 열리던 파리에서였다. 발명가들과 투자자, 예술가들과 온갖 구경꾼들이 활보하는 파리에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수학자들도 모여들었다. 파리에서 제2회 국제 수학자 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미카엘은 힐베르트의 기조연설을 듣기 위해 파리를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평생의 지기가 될 스테파노스를 만났다. 그들은 수학을 전공하는 같은 그리스인이라는 반가움에 곧 함께 어울리기 시작했다. 스테파노스와 미카엘은 세계에서 몰려든 저명한 수학자들의 면면을 엿보고 그들의 강연을 듣는 한편, 술집에서 어울린 예술가들에게 수학을 설명해 주며 유쾌한 청춘의 한때를 보낸다. 이것이 평생으로 이어질 우정의 시작이었다. 그때만 해도 둘 다 이 우정이 스테파노스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도대체 누가, 왜, 가난한 수학 교사를 죽였을까.

목격자가 전날까지 스테파노스와 함께 있었다고 증언함으로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미카엘을 지목하게 된다. 주인공의 죽음으로부터 소설이 시작되기는 하지만 이 소설은 결코 살인범을 찾는 미스터리 소설은 아니다.

주인공이 살해되고, 그와 친했던 친구의 기억을 통해 그들 간의 추억을 그리는 이야기는 두 주인공의 관계를 표현해 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수학자로서, 수학이라는 학문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나게 한다. 결국 스테파노스의 죽음도 수학과 상당히 관련이 있다. 어처구니없는 살해동기, 수학을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사고에 빠져 진리와 시간의 흐름을 외면했던 아집이 결국 아까운 수학자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수학공부를 잘 했다고 자부하는 자들은 하번 읽어보면 좋은 소설이다. 또한 나와 같이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한번 읽어본다면 나름대로 많은 유익을 얻을 것이라 믿기에 감히 읽기를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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