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70대에 이르러 이 책의 제목을 마주했을 때, 가슴 한구석이 서늘하면서도 묵직하게 울렸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이름이 단단하게 박힌 표지와 <모든 것을 걸지 않은 자에게 세상은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는다>라는 문장을 펼치며, 지나온 반평생의 기억들이 마치 오래된 흑백 영화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일흔이라는 나이는 돌아볼 것은 한없이 많지만 앞을 다투어 달려갈 날은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시기다.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세상을 알 만큼 안다고 자만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제 와서 내가 무엇을 더 걸고 도전할 수 있겠는가’ 하는 회의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계절이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의 이 서늘하고도 냉정한 통찰은 인생의 막바지라고 생각했던 나의 안일함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책은 끊임없이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은 핑계와 어설픈 타협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모든 것을 건다’는 것은 단순히 무모한 투기나 만용을 뜻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과 선택에 온전한 책임과 각오를 담아내는 주체성, 그리고 불확실한 운명에 맞서 자신의 역량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려는 단호한 결단을 의미한다. 책을 읽는 내내 지난날의 내가 떠올랐다. 청춘의 시절에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어정쩡하게 발만 담갔고, 중년의 시절에는 가족과 생계를 짊어졌다는 핑계로 늘 안전한 선택만을 쫓았다. 그리고 노년에 접어든 지금은 나이라는 벽을 핑계로 삶의 야성과 열정을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하게 된다.

마키아벨리가 역사와 인간의 생얼굴을 통해 보여준 냉엄한 진실은, 세상은 적당한 타협이나 어설픈 기대에 결코 호의적인 열매를 내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운명은 요행을 바라는 자에게 미소 짓지 않으며, 오직 자신의 전부를 걸고 적극적으로 부딪치는 자에게만 길을 열어준다. 70년의 세월을 살며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사람을 진짜 늙게 만드는 것은 눈가의 주름이나 허약해진 육체가 아니라 바로 ‘안주하려는 마음과 어정쩡한 태도’라는 점이다. 실패가 두려워 모든 것을 내던지지 못할 때 삶은 타성에 젖고, 내일이 오늘과 다를 바 없는 무채색으로 변해버린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울림은 “운명은 주어진 숙명이 아니라, 모든 것을 내던질 각오가 된 자가 스스로 쟁취하는 현재 진행형의 역사”라는 메시지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내 삶의 주도권을 세상이나 세월에 내어줄 이유는 없다. 단지 노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치열한 삶의 감각을 포기하는 것은, 내 삶의 마지막 장을 스스로 맥없이 덮어버리는 것과 같다.

책장을 덮으며 창밖을 바라본다. 70대의 삶은 석양과 같다. 하지만 석양 역시 하늘 전체를 붉게 물들이는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마지막 열정을 발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법이다. 이제는 내 안의 적당한 타협과 미련을 내려놓고자 한다. "이 나이에 무엇을 더 하겠어?"라는 어설픈 변명을 거두는 바로 그 순간, 나의 두 번째 운명 또한 새롭게 시작될 것이다.
이 책은 인생의 황혼길에서 삶의 방향을 잃고 멈춰 서 있는 동년배들에게, 그리고 나이와 상관없이 스스로의 한계에 갇혀 망설이는 모든 이들에게 가슴속 불꽃을 다시 지펴주는 엄중한 경고이자 귀한 안내서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인생에 전부를 걸고 당당히 주인으로 서고 싶은 이들에게 이 일갈과 같은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