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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불행사회
홍선기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근 한국 경제는 죽을 쑤고 있다. 경제 성장률 추락과 부동산 버블, 세계 4위 수준인 GDP 대비 가계부채율,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압력 등 여러 압박에 직면해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초입을 연상케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경고의 목소리조차 나온다.
우리는 30년 전부터 일본의 버블 붕괴, 저출산, 고독사, 무연사회 등 몰락을 보면서 우리에게 주는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고 ‘일본 이야기잖아’하면서 별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이제 그 비극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 책은 한국문화 공유플랫폼 애스크컬쳐의 설립자로 서른한 살이 된 해의 가을에는 자비를 들여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광고를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 진행하기도 했으며,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동시에 북미와 유럽, 일본을 수시로 오가며 글로벌 사업과 집필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홍선기 작가가 일본 사회의 40년 데이터를 거울삼아 대한민국의 다음 장면을 미리 보여준다. 저자는 이미 지나간 길을 다시 걷지 말자는 마지막 경고를 한다. 이 책은 일본 분석에서 끝나지 않고, 정치인이 표를 잃을까 두려워 말하지 못한 9가지 금기된 제안, 그리고 시스템이 바뀌기 전까지 개인이 당장 선택해야 할 11개의 현실적인 생존 전략을 함께 제시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1.57 쇼크’는 1989년 일본의 출산율이 1.57명으로 급감한 사회적 충격을 의미하며, 이는 풍요 속에서도 인구 구조와 사회 전반에 심각한 경고 신호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1980년대 일본은 장기 호황을 누렸으나,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가치가 급등하며 경제 구조가 급격히 변화했고, 이는 부동산·주식 버블 붕괴로 이어졌으며, 경제 성장과 무관하게 출산율이 1.57명으로 급락하며,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사회’라는 경고가 시작되었으며, 가족 해체, 청년 실업(프리터), 소비 과잉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
1995년 1월 16일 저녁, 일본 효고현 남쪽 지방에서 리히터 규모 1~3 가량의 미세한 지진이 감지됐다. 이튿날 새벽 5시 46분, 모두가 잠들어 있던 고베 시 전체가 갑자기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도 7.2의 강진이었다. 지진이 지속된 시간은 20여 초에 불과했지만 10만 채가 넘는 건물이 완전히 파손됐고 14만 채가 반파됐다. 6천434명이 목숨을 잃고 4만3천792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당시 고베에는 8만7천 명의 재일동포와 유학생이 살고 있었는데, 이들 중 100여 명 이상이 사망하고 1천 명 넘게 다쳤다.
이처럼 고베 대지진이 엄청난 규모의 피해를 야기한 가장 큰 원인은 지진이 시작된 진원지가 지표면으로부터 고작 15k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고베는 당시까지 400년 동안 지진이 없어 내진설계가 상대적으로 미비했고, 애초부터 갯벌을 매립해 세워진 도시였던 만큼 기반 자체도 약했다. 고베 대지진이 끝난 뒤 확인한 결과 사망자의 80%가 넘는 5천여 명이 전통 목조주택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목조건물은 내진설계 기준이 마련된 1980년대 이전에 만들어진 탓에 규제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요인들이 결합된 재래식 목조주택은 지진이라는 외부 충격을 만나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말았다. 무엇보다 건물이 단계적으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단번에 폭삭 붕괴하면서 깔려버린 사람이 많았다. 여기에 지진과 함께 불길이 발생하자 쓰러진 목조건물들은 그야말로 땔감이 돼 도시 전체를 불태웠다. 실제로 인명피해의 상당 부분은 화재로 인한 것이었다.
한국은 고령화, 여성 인력 활용 미진, 방만한 공공 부문, 낮은 생산성, 첨단 산업에서의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 이익집단의 증가, 노동 시장의 경직성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낮은 사회적 신뢰, 규제의 만연, 이념에 좌우되는 경제 정책, 포퓰리즘 정치로 인한 경제 부담 가중, 양극화 심화, 과대 평가된 부동산 시장, 그리고 기술 격차를 좁히며 따라오는 중국의 추격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특히 경제 문제에 대한 정치적 의사결정이 이념에 좌우되거나 시장에 반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국민적 합의 과정도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경제 각 분야와 생산 요소 시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지금의 우리 경제는 마치 '오랜만에 운동복을 챙겨 입고 러닝트랙에 나선 중년'과 같다.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안팎의 여건은 험난하지만, 일본이 겪은 시행착오라는 지도를 미리 공부하고 신발 끈을 고쳐 맨다면, 다시 힘차게 달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