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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의 마음 - 도망친 곳에서 발견한 기쁨
정고요 지음 / 엘리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강원도 강릉으로 간다. 강릉에는 아름다운 해변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경포해변은 6km의 긴 백사장과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름철에는 피서객으로 붐비지만, 사계절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정동진은 해돋이 명소로 유명하다. 이러한 해변들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책은 2017년 독립 문예지 ‘베개’에 시를 발표하며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장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닦아주는 정고요 시인이 강릉에 살면서 산책을 하면서 떠오른 단상들을 산문과 시와 짧은 소설로 풀어 쓴 것이다. 저자는 강릉의 여러 해변, 밤바다, 조약돌, 모래알들, 식물들, 호주머니, 고양이, 피아노 등 다양한 자연과 사물을 사색의 대상으로 삼아 조곤조곤 써 내려가며, 독자들에게 산책과 사유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이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흐르기와 산책하기」에서 “나는 살아 있다. 살아 있는 나를 통과해 시간이 흐른다. 흐르는 시간에 이름 붙이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면서 나도 함께 흐르다보면 사람들이 말하는 과거는 존재하던 대로 존재할 테지만 내가 바라보던 과거는 어느새 옅어지고 자꾸 흘러서 흩어진다. 다만 나의 흐르는 속도는 사람들보다 느리고 느릴 따름이었다.”고 말한다.
흐르기와 산책하기는 자연의 물길과 함께 걷는 활동으로, 흐르는 물소리와 풍경 속에서 여유와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흐르는 시냇물, 개울, 강변 등에서 산책하면 물소리, 새소리, 꽃향기 등 자연의 소리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흐르는 물길을 따라 걷는 산책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수양버들, 가을에는 단풍 등 계절마다 다른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저자는 「한 알의 모래」에서 “나는 한 알의 모래에도 온 우주가 담겨 있다는 걸 안다. 조금 알 것 같다. 아니 믿는다, 라고 해야 할까. 그래, 나는 한 알의 모래에도 온 우주가 담겨 있다는 걸 믿는다. / 그럼에도 온 우주가 한 알의 모래알일 수도 있다는 것은 모른다. 많이 모르는 것 같다.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볼 수 있다면 큰 것이 작은 것이기도 할 텐데…… 이를 이해하기란 어렵다.”고 했다.
요즘 나는 산책하는 걸 정말 좋아한다. 산책은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일상 중 하나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가진 사연을 듣는 것은 나에게 항상 큰 기쁨이다. 내가 사는 평창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도시이다. 호수와 산,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강 옆에서 산책하는 건 정말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오대산국립공원이라는 확실한 랜드마크가 있고, 청량한 오대천 주변으로도 걷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 있다. 게다가 평창군내에서 제일 넓고, 인구도 제일 많은 지역이라 사람이 모일 만한 공간도 있다. 특히, 3, 8일에 장이 열리는 진부면 재래시장은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하고, 볼 것도, 먹을 것도 다양하다. 둘러보는 맛이 있는 시장이다. 수도권의 화려함은 없지만, 한없이 따뜻하고 정겨운 진부면을 한나절 동안 돌아다녔다. 특히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날, 제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이런 기분 좋은 날에는 주변을 더욱 자세히 살펴보게 되는데,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