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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쓰는 중딩 - 어느 날, 서평이 내게 왔다, 2022 대구광역시교육청 책쓰기 프로젝트
유가중학교 2학년 지음, 사공말선 엮음 / 빨강머리앤 / 2022년 2월
평점 :

서평 쓰는 건 참으로 어렵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고, 막상 쓰기 시작하면 머릿속의 글과 달라 내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몇 번이고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끝끝내 글을 완성하지 못했을 때는 괴로운 신음이 저절로 나온다. 사실 서평을 쓰기는 쉽지 않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그대로 적으면 되는 일이라고 무척 쉽게 말하지만 마음을 글로 옮기기 위해서는 그에 알맞은 표현의 기술이 필요하다. 아주 단순하게 글을 정리하는 것도 최소한의 기술이 갖춰지지 않으면 어렵다. 내 서평은 대체로 책을 소개하는 이야기와 함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쓴 글을 직접 읽으면 마냥 ‘좀 더 잘 쓸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만 든다.
이 책은 대구 유가중학교 2학년 학생 37명이 쓴 서평을 모아서 만든 책이다. 학생들은 가족, 친구, 역사, 진로 등 한번 쯤 고민해 볼 만한 내용을 담은 열두 권의 책 중, 모둠별로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여섯 시간에 걸쳐 책을 읽으며 매 시간 독서일지를 썼다. 책을 다 읽은 뒤에는 모둠별로 책대화를 하였으며, 내용 생성하고, 개요 작성하는 과정을 거쳐 서평을 완성하였다.

나는 이 책을 보자마자 “이거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추측한 책의 내용은 중학생을 위한 서평 쓰는 방법 그리고 현 중학생들의 실태 정도 일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참신하게도 서평을 모은 책이었다.
나는 내 서평과 책에 나오는 중학생들의 서평들을 분석해서 무엇이 더 자연스럽고 좋은 서평인지 알고 싶었다. 중학생들은 어떻게 서평을 쓰는지 책을 읽고 나서 모범답안을 찾았다고 할 수 있다.

책을 읽어보면 저자도 책 내용도 다르지만 저자들은 각 서평의 첫 문장을 아주 담백하게 쉽게 열어버린다. 거창하고 무거운 첫 문장이 아니라, 독자들이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게 해 준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 보면 서평쓰기 수업 진행 방법이 수록되어 있다. 첫 시간에 가족, 친구, 역사, 진로 등 중학교 2학년들이 이맘 때 한번 쯤 고민해볼 만한 내용이 담긴 책 열두 권을 준비했다. 모둠별로 읽고 싶은 책을 골라 같은 책을 읽고, 매 시간 읽은 부분에 대해 독서일지를 썼다. 여섯 시간에 걸쳐 책을 다 읽은 뒤, 모둠별로 책대화를 하였고, 내용 생성하고, 개요 작성하는 과정을 거쳐 각자 서평이란 것을 써보았다고 한다.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부분은 강지윤 학생이 쓴 <돈과 행복의 관계>에서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을 읽고 쓴 서평이었다. 현대사회에서 돈은 중요하지만 돈이 없으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책을 읽은 뒤에는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행복의 기준이 무엇일까?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현대인들은 행복의 기준을 물질적인 기준에서 찾는다. 그것은 지극히 위험한 생각이다. 현대인의 가치는 돈이 없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 즉 실패자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돈이 많아서 불행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들 주변에 돈 때문에 얼마나 많은 비극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돈 때문에 형제 간에 법정 소송이 일어난다. 돈 때문에 부모를 살해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의 기준을 물질, 명예, 출세, 학벌, 지위, 이런 것들이 행복의 기준이 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과연 행복한 사람인가" 자문 자답 할 때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은 다른 책을 읽을 때와는 다르게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여러 가지 서평을 내가 쓴 서평과 비교해보면서 나도 이렇게 써봐야지 하는 생각들을 하면서 읽었다. 서평을 쓰는 것은 ‘재미있었다, 감동적이다, 지루하다, 별로다’라고만 쓰는 게 아니라 그 까닭도 밝혀 주는 것이다. <서평 쓰는 중딩>은 이 책에 왜 끌렸는지, 이 책은 왜 읽을 만한지, 어떤 사람이 이 책의 독자가 되길 바라는지를 일러준다. 서평 쓰기는 책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