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주미각 - 고기국수부터 오메기떡까지, 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공생의 맛
 정민경.이하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제주 여행을 자주 한다. 제주도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하나이며, 매년 수백만 명이 이 섬을 찾으며, 푸른 바다와 오름, 독특한 자연경관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곳이다. 제주도는 사계절마다 가도 다른 매력이 있었고 가기가 비교적 쉬워서 자주 가고 있는데 여행의 재미는 관광 명소도 있지만 맛집 여행도 빠질 수가 없었는데, <제주미각>이라는 책이 출간되어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제주 토박이 인문학자 고지영 외 10명이 신화와 민요, 옛 문헌 자료를 통해 돔베고기, 몸국, 갈칫국, 오메기떡, 옥돔구이, 감귤주스 등 익숙하면서도 낯선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주 음식에 얽힌 역사, 문화적 배경인 ‘일렛잔치’, ‘문전제’ 같은 행사 때 음식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지 설명하며, 아울러 제주 사람들의 나눔, 협력, 우주관까지 소개한다.

     
유네스코 유산의 섬 제주는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지만, 화산회토로 이뤄진 뜬땅이라 쌀농사를 짓기가 어렵기 때문에 조, 메밀, 보리, 콩 같은 잡곡이나 고구마, 감자 같은 구황작물을 주로 심었으며, 고사리, 옥돔, 보말, 무 등 육지나 바다에서 그때그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활용해 육지와는 다른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바다나 땅에서 그때그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육지와는 다른 독특한 음식 문화를 발전시켰는데, 특히 국물 요리가 발달했다고 한다. 제주 전통 음식 453가지 중 국물 요리만 78가지나 된다고 한다. 거친 식감의 잡곡밥을 부드럽게 먹기 위해서도 그랬지만, 물을 부어 양을 무한정 늘려 곯은 배를 채우고, 밭일과 물질로 바쁜 이들의 몸과 마음을 녹이는 데도 좋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관혼상제 때에는 서로 도와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부조를 대신해 이웃에서 음식을 해오기도 했다. 낭푼(양푼) 하나에 밥을 가득 담고 몇몇 반찬을 모두 넣어 나눠 먹는 낭푼밥은 척박한 환경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이었다.”(p.9)고 했다. 관혼상제 때 음식을 혼자 만들기 어려웠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나 이웃이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풍습이 자리 잡았다. 제주의 척박한 환경은 자연에 순응하며 서로 돕는 공생의 문화를 만들었고, 이는 관혼상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깊이 스며들어 있다.

     
제주 음식은 늘 변화했다. 과거 몽골이나 일본 같은 외국 문화의 영향을 받기도 했고, 최근에는 제주에 터를 잡은 육지 출신 젊은이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으며, 제주의 명절과 제사상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다. 차례상도 제주는 남다르다. 제주로 시집·장가온 타 지역 출신들은 제주의 차례상이나 제사상을 보면 깜짝 놀란다. 카스텔라, 롤케이크, 단팥빵, 빙떡, 옥돔, 한라봉, 멜론, 바나나, 감귤주스 등 평소 자신들의 집에서 봐왔던 차례상에 놓여있던 음식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농사 방식이 변하고 방앗간이 기계화되고, 생활방식이 현대화되면서 전통 떡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었다.

     
이 책에서는 “제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이 그곳에서 새로운 문화와 음식을 접하고, 이를 제주로 가져와 제사상에 변화를 주었을 가능성이 크다.”(p.228)고 했다. 조상에게 좋은 것, 새로운 것을 맛보이려는 마음은 제사상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바램이다.
     
이 책을 읽다가 보면 제주 토박이들의 경험담뿐 아니라 제주 신화, 민요 등의 다채로운 이야기와 매력적인 먹을거리가 ‘하영’ 있는 그 섬으로 빨리 떠나고 싶어진다. 
     
이 책만 있으면 미식 여행 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으며, 햄버거와 우동부터 제주 로컬 음식과 오마카세까지 제주도 최고 맛집을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