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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껴도 맑음 (10주년 기념 특별판) - 달콤한 신혼의 모든 순간
배성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실이 녹록지 않은 청년들이 아예 ‘결혼을 포기’하고 산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신조어 ‘결포 세대’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분명히 존재하는 현상이기는 하나, 비혼율 증가 추세 자체를 ‘결포’로만 엮어버리면 내적 지향성에 따른 비혼 담론이 약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경제적 사유로 인한 포기가 아니라, 자발적 선택에 의한 비혼은 아직도 사회적 논의의 중심 주제에서 비켜 있다. 더 나아가 결혼제도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 특이한 이단아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 결합이 기성 가족 구성원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느끼기 때문일까? 결혼 언제 하냐는 물음이 압박으로 느껴지는 건 결혼에 따라오는 현실적인 부담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림비’라는 예명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그라폴리오 등에서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 SNS 50여만 명의 팔로워에게 사랑받는 배성태 작가가 결혼 생활의 달달함을 담은 그림을 꾸준히 인스타그램에 공유했고, 3년간 차곡차곡 쌓은 작품을 모은 것 중에 아내와 고양이 망고, 젤리와 함께 하는 신혼 생활을 담은 그림 에세이집이다.
10주년 특별판에는 팬들이 궁금해 했던 뒷이야기를 담은 특별 에피소드를 새롭게 수록했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고양이 젤리, 새 식구 밥풀의 등장, 아이 없이도 친구처럼 살아가는 작가 부부의 다채로운 일상 등 지난 10년간의 변화와 이야기를 자세히 담겨 있다.
배성태 작가는 2015년 두 살 연하의 여자 친구와 결혼해 오직 아내만을 바라보는 사랑꾼이라고 한다. 출근하는 아내를 위해 아침상을 차리고, 아내의 빨래를 개며 ‘요정이 입는 것 아니냐’는 닭살 멘트를 던지는 모습에 독자들은 “판타지 아니고 실제로 가능한 이야기냐?”며 농담을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그림은 실제로 경험한 이야기를 조금 더 예쁘게 표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처음에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소개팅의 순간부터 정말 결혼하는 건지 조심스레 물었던 결혼식 날, 근사한 결혼사진을 꿈꾸며 제주도로 갔지만 쫄딱 비에 젖어버린 셀프웨딩 사진 순간까지 사진보다 더 감각적인 찰나의 순간이 한 컷 한 컷으로 옮겨졌다. 또한 배성태 작가는 사랑의 달달한 순간 뿐 아니라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는 사람을 위해 서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오던 남녀가 만나 실제 결혼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일화들도 소개한다. 여자가 머리를 감는 모습을 머리를 감는게 아니라 빨래를 하는 것 같다고 충격을 받거나 머리 감고 난 뒤 미역줄기 같은 머리카락을 발견하고 병에 걸린 게 아닌지 걱정하는 남편의 모습, 드라마를 맘편히 보기 위해 게임을 하고 오라고 추천하는 부인, 화장실 문을 열고 큰 일을 보는 남편에게 화를 내자 너도 문을 열라며 ‘쌤쌤’ 이라는 유머를 날리는 명장면, 명대사를 보면서 웃음이 터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배성태 작가의 그림이 소중한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작가가 펼쳐놓은 신혼의 장면들은 내가 겪었던, 아름다운 시간들의 청사진을 그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