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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함의 성경 번역사 - 놀랍고도 피비린내 나는 성경 번역의 기독교 역사
해리 프리드먼 지음, 유재덕 옮김 / 브니엘출판사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성경은 3500년에 걸쳐 40명이 넘는 저자가 세 가지 언어로 기록했다. 저자 중 일부는 왕이고, 일부는 시인이었으며, 한 명은 의사요 또 한 명은 세관원이었다. 아람어, 히브리어, 로마어까지 세 가지 언어로 기록되었다. 현재 이 책은 전 세계 2,40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양피지에서 인쇄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판본도 존재한다. 20세기 중반 이후에는 시시각각 급변하는 다양한 문화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번역본 성경들이 등장했다. 오늘날 우리에게 성경이 어떻게 전해졌는지 그 형성 과정을 알기 위해 <잔혹함의 성경 번역사>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런던대학에서 아람어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활동하는 영국의 작가이자 학자인 프리드먼이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제작된 칠십인역(셉투아진트)부터 중세 번역 성경에 얽힌 극심한 갈등, 현대 번역 성경의 본격적인 등장 배경에 이르기까지 번역 성경의 역사를 두루 살피며, 성경을 대중에게 전하려고 헌신한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놀랍고 피비린내 나는 기독교의 역사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 책을 통하여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성경책의 번역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거에 성경은 일반인이 필사본 성경을 소유하려고 몇 십 년간 수입을 모아도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 나중에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인쇄기 덕분에 성경을 보유할 기회가 대폭 확대되었지만, 라틴어를 읽지 못하면 그저 장식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대중은 직접 성경을 소유하거나 읽지 않고 전해 듣는 선에서 만족해야 했다. 이런 사회적 환경에서 성경에 관한 관심을 촉발한 것은 마틴 루터가 주도한 종교개혁이었다. 라틴어가 아닌 자국어로 된 성경을 강조하던 마틴 루터는 교회의 권위를 제도보다 성경에서 찾았다. ‘오직 성경’이라는 종교개혁의 확고한 원칙 덕분에 유럽 개신교 국가나 교회는 자국어 성경 확보에 상당한 열의를 쏟았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1535년에 최초로 영어 성경을 제작한 윌리엄 틴들은 벨기에에서 체포되어 감금되었다. 1년 뒤에 목이 졸리고 나서 화형 당했다. 공동 번역자였던 존 로저스 역시 마찬가지 신세가 되었다. 같은 해, 최초로 네덜란드어 성경을 번역한 야코프 판 리스펠트도 체포되어 참수 당했다.”(p.10)고 말했다.
저자는 “개정 표준역 성경을 둘러싼 논쟁은 1950년대 내내 계속되었다. 비판은 신학적 해석에 국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번역자 가운데 30명이 ‘공산주의 전위조직과 연루되었다’는 주장 때문에 1960년에 미 공군 예비군은 훈련 교본을 통해 개정 표준역을 가까이하지 말라고 경고했으며, 이 문제가 공론화되자 교본은 즉시 회수되었고 국방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지금 시대에도 현대의 성경 번역 역시 어떻게 성경을 읽을 것인지, 성경이 진짜 무슨 말을 하는지를 놓고 여전히 정치적인 말싸움과 논쟁이 넘쳐난다. 물리적 폭력은 줄었다지만 종교 갈등의 역사를 떠올려 보면 언젠가 또다시 폭력이 반복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종교는 극단적 감정을 자극한다. 아무리 말이 안 되는 것 같아도 성경 번역과 종파 간의 갈등 사이에는 아주 미미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글 성경은 현재까지 완역본만 거의 15종 이상 출간되었고, 영어 성경은 이미 수십 종에 달할 만큼 다양해져서 종파나 선호하는 언어, 심지어 개인의 취향에 맞추어 언제든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성경이 오늘 우리에게 어떻게 전해지게 되었는지 그 형성과정을 제대로 실감하게 되었다. 이 책을 신학생들과 일반 신자들이 읽고 하나님 말씀을 번역하려 한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놀랍고도 피비린내 나는 기독교 역사를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