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기 연습 - 퇴직 그리고 이후의 삶
김인구 지음 / 리브레토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들을 만나 교류할 때는 명함이 오고 가고는 한다. 오랜만에 외출을 하고 교류를 하게 됐다. 다들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자기소개도 하고 인사를 했는데, 그러고 보니 나는 당장 건네줄 수 있는 명함 같은 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늘 지갑 속에 들어 있던 명함 한 장이 사라지고 나자, 누군가 지금은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묻는 순간 머뭇거리게 되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라는 존재를 소개할 때 명함을 꺼내고 00대표라고 소개를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나라는 존재를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쉬고 있다고 말하고 나니 나 혼자만 굉장히 초라해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랫동안 보다는 직함으로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명함 없는 삶이 낯설지만, 그만큼 자유롭고 진짜이다.

 

이 책은 삼성물산, 삼성JP모건, 삼성증권, KB증권에서 금융 전문가로 30년을 보낸 김인구 저자가 금융 경험을 바탕으로 퇴직 후 예술가로서 제2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면서 텅 빈 하루명함 없는 삶의 막막함을 솔직하게 담고 있다. 직함과 회사, 타인의 시선이라는 이름표를 내려놓은 뒤, 그는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평생 가까워지려 애썼던 것들과 의도적으로 멀어지는 연습을 시작하며 새로운 삶의 리듬을 찾아 나선다.



 

이 책에서 저자는 회사, 직함, 타인의 시선 등 평생 가까워지려애썼던 모든 것과 의식적으로 멀어지는 연습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매일 출근하던 회사가 사라진 자리의 공허함, 그리고 아무도 자신을 부장님이라 부르지 않는 낯선 현실 속에서 저자는 좌절보다는 새로운 길을 택하여 청소와 요리, 새벽 미사 같은 작은 소소한 일상으로 새로운 리듬을 만든다. 가족의 곁을 지키지 못했던 과거를 반성하며 아내와의 서툰 설거지 속에서 부부유별의 지혜를 새롭게 깨닫는다. 또한 손자와의 놀이에서는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법을 배운다. 결국 멀어지기는 단절이 아닌, 오히려 자신과 진정으로 가까워지는 길임을 보여준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외적인 성공이나 타인의 기대에 따라 살아가다 보면, 종종 내면의 진정한 자아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찾고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조선 명신 몽오 김종수의 8대 종손으로서 종가의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칼리디자인활동을 통해 공공역사학자로 거듭나는 과정은 저자가 발견해 낸 새로운 삶의 모습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멀어지는 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회사에서 멀어지니 가족이 보였고, 직함에서 멀어지니 이름이 보였고, 현재에서 멀어지니 과거와 미래가 보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이제 한국 사회는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사회 전반에서 시대의 변화에 맞는 행보가 필요하다. 은퇴 이후의 삶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고민이다.

 

이 책은 은퇴를 앞둔 시니어뿐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잠시 멈춰 돌아보는 쉼표가 될 것이다. 끊임없이 달려온 우리에게 '멈춤'이 주는 선물이 무엇인지, 진정한 ''를 찾아가는 여정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