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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고통 속에 건네는 위로 - 삶은 견디는 것이지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시민K 지음 / 헤르몬하우스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인 가구 500만 시대, 그 속에서 누군가는 위로가 필요한 나날을 보내지만 어느 누구에게 쉽사리 위로를 요구하지 못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힘들고 각박한 삶을 살아 가기에. 그렇다고 내가 먼저 위로의 손길을 선뜻 내밀지도 못한다. 나도 힘들다고 생각하기에. 내가 먼저 손을 내밀지 못하는 처지에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주길 바라는 것이 미안해진 사회. 우리 사회에 외로움이 늘어난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지 못하는 사회이기 때문은 아닐까. 이처럼 외로워하는 이들에게 ‘그래도 괜찮다’며, ‘그럴 수 있다.’며 작은 위로를 건네는 책 한권이 있다. 바로 <쇼펜하우어, 고통 속에 건네는 위로>이다.
이 책은 기자, 잡지 편집장, 정치 컨설턴트, 광고 기획자, 인문철학서‧장르소설 작가 등 다양한 글쓰기 현장을 거친 ‘문장 노동자’인 시민K 저자가 번아웃에 시달리는 직장인, 돌봄 부담을 짊어진 간병인, 불안정한 일자리에 내몰린 프리랜서 등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철학의 언어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 모두는 행복을 꿈꾸며 살아간다. 화목한 가정, 즐거운 직장 등,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일지도 모른다.”는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이런 생각들이 엄습해올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나 대책들보다는 어쩌면 ‘그래도 괜찮다’라는 위로의 한마디일 수도 있다.
이 책은 모두 5개 장, 25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통–사유–고독–자아–아름다움’이라는 흐름을 따른다. 이는 쇼펜하우어가 제시한 인간 존재의 궤적과 맞닿아 있다. 고통을 직시하는 데서 출발하여 생각과 고독을 거쳐, 끝내는 예술과 아름다움 속에서 위안을 얻는 여정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나는 힘든 일이 있을 때, 주변 누구에게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그 사람이 해주는 걱정이 따뜻하고 고맙지만, 결국 그 걱정에 보답해야만 할 것 같고, 얼른 툭툭 털고 일어나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럴 때는 책을 펴들고 읽는다. 책을 읽다가 보면 정말 많은 인생의 시나리오를 간접 경험하게 되고 내가 부닥친 갈림길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지 선명하게 판단될 때가 있다. 최근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다. 인생의 역경은 극복하고 나면 사람을 강하게 만들지만, 극복하기 전까지는 그저 세상이 나에게 준 배설물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순간에 <쇼펜하우어, 고통 속에 건네는 위로>를 읽고 많은 위로를 얻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선택은 누가 더 많이 누렸는지를 따지는 일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향을 스스로 묻고 필요하다면 그 틀 밖으로 나오는 용기다.”라고 말했다. 용기란 흔들리지 않고 나의 목소리를 갖고 삶을 지탱해나갈 수 있게 하는 힘이다. 나이 들어서도 흔들린다. 한없이 작은 나를 본다. 거창할 것 없는 아주 사소한 용기들이 결국 자기다운 삶을 만든다는 것을 이 책은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흔히 삶이 괴롭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잘 될 거야’, ‘괜찮아질 거야’ 하는 격려와 응원의 말을 건네지만, 이런 위로가 힘이 되지 않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반드시 온다.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변해가고, 열심히 살아온듯한데 정작 나는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 같으며, 아예 새로운 선택지를 잡기엔 두려움이 앞선다. 이제는 책임져야 할 자기 삶의 무게감이 선명히 느껴지는 시기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따스한 위로나 격려보다, 오히려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날카로운 한 줄의 문장이다. 행복과 불행 사이, 가장 어두운 틈을 꿰뚫는 쇼펜하우어의 문장들. 그 날카로운 한 줄 한 줄이 지금의 나를 온전히 깨워줄 것이다. 삶의 본질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가장 외로운 순간에 건네는 단단한 목소리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