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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곧게 세운 자, 운명조차 그대를 따르리라 - 율곡 이이·신사임당 편 ㅣ 세계철학전집 5
이이.신사임당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위인전에 나오는 성현들 중에는 이제는 잊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살기 바쁘고, 처세에 도움 되지 않는 것은 지나치기 쉽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 행적을 더듬어 헤아리고, 삶의 지침으로 삼는 이유는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고, 우리의 삶 역시 그 삶에서 멀지 않기 때문이다. 위인전에 갇혀 우리와 괴리된 사람이 아니라, 지나간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가 고민한 시간이 우리가 지금 고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이들의 말과 글을 되살려냄으로써 그들이 고민하고 걸어온 삶을 이해하며, 그로써 오늘을 사는 지혜를 구하고 지금 내 삶을 새롭게 한다. 그래서 <마음을 곧게 세운 자, 운명조차 그대를 따르리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조선시대 최고의 성리학자이자 정치가로 꼽히는 율곡 이이와 어머니 신사임당이 남긴 글과 사상을 집대성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금 들려준다. 단순한 고전 해설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철학과 인간적인 고민을 생생하게 담았다.
율곡 이이는 신사임당의 아들이자, 열세 살 때를 시작으로 아홉 번이나 과거시험에 장원급제한 인물이다. 서른 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관직에 오르고 이후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며 남다른 정치적 식견과 왕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조선시대의 손꼽히는 유학자였던 그는 퇴계 이황과 함께 조선의 성리학을 발전시키며 조선의 사상을 크게 변화시켰고, 십만양병설을 주장하는 등 앞을 내다보는 지혜 역시 남달랐다. 특별한 것은 그가 남긴 글들 때문이다. 여러 글에서 나라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으며, 공부하는 목적이 출세가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으며, 배우고 익힌 것은 세상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사임당은 예술과 교양, 자녀 교육을 조화롭게 일궈낸 한국적 어머니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율곡 이이는 이 책의 4장 ‘격몽요결’에서 ‘학문을 왜 배워야 하는가?’에서 “배우지 않으면 사람이라 할 수 없고 배운 것을 옳게 행할 때 배웠다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배우지 않으면 올바른 사람이 될 수 없으니, 배운다는 것은 이상하거나 별난 것이 아니다. 다만 부모가 되어서는 자애로우며, 자식이 되어서는 부모를 받들어 효도하며, 신하가 되어서는 충성하고, 부부가 되어서는 서로 분별이 있으며, 형제가 되어서는 우애가 깊어야 한다. 젊은이가 되어서는 어른을 공경하며, 벗이 되어서는 신의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모두 날마다 행하는 사이에 얻을 뿐 남다른 이득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배움을 독려하고 있다.
신사임당은 현재 우리나라 유통 화폐 중 가장 고액인 오만 원권 지폐 속의 인물이며 한국사의 독보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 위인으로 전기가 존재하고 전해지는 훌륭한 예술인이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아버지가 딸을 위해 ‘이원수’를 데릴사위처럼 혼인시켰고, 신사임당에게 집안의 자금관리를 맡겨서 딸이 사위와 시댁에 쉽사리 휘둘리지 않게 미리 장치를 만들었다고 한다.
우암 송시열 선생의 사임당 난초 그림에 대한 발문을 보면, “이것은 고 증찬성 이공 부인 신씨의 작품이다. 그 손가락 밑에서 표현된 것으로도 혼연히 자연을 이루어 사람의 힘을 빌려서 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하물며 오행의 정수를 얻고 또 천지의 기운을 모아 참 조화를 이룸에는 어떠하겠는가? 과연 그 율곡 선생을 낳으심이 당연하다”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사람의 힘을 빌려서 된 것은 아닌 것”, 이는 곧 사람이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의미로 사임당의 실력을 인간의 한계를 넘어 신의 경지에 오른 것으로 인정하는 송자 선생의 극찬이 놀랍다. 그뿐만 아니라 훗날 숙종 임금도 발문을 지었다고 하니 사임당의 그림 실력이 대단했던 것은 확실하다.
시대는 다르지만 율곡 이이가 마주했던 날들은 지난 시대의 일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고민하는 삶의 방향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 책이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의 마음과 삶을 이해하는 계기이자. 그의 글들을 통해 오늘 우리 자신을 바로잡고 자신을 새롭게 다지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