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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의석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몇 년 전에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을 읽고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은 아픔을 통해 배운다”, “모든 터널엔 끝이 있다” 이런 문장들이 큰 힘이 되었다. 가장 신선하게 다가왔던 글귀는 “젊음은 젊은이들에게 주기에는 너무나도 아깝다”는 글귀였다. 조지 버나드 쇼가 말한 이 글귀에는 젊음은 소중하고 또 소중하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우리 인생을 80세로 놓고 이를 24시간으로 설명했을 때, 20대는 아침 6시에서 7시 사이가 된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늦지 않았다는 얘기임이 분명하며, 설령 40세에 무엇을 시작한다 해도 점심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는 스스로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늦지 않음을 인식해야 하겠다. 늦었다는 핑계로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변명거리를 주기보다,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고 자신만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서울시 동대문구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의석 원장이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써 내려간 에세이이자, 진료실 안팎에서 마주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던 말을 담은 산문집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꺼내기 어려운 상처 하나쯤 안고 살아간다. 상처는 예고 없이 우리 삶을 뒤흔들고, 감정과 인간관계, 정체성까지 깊이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 고통이 인생의 마지막 문장은 아니다. 이 책은 싱처를 겪은 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그리고 다시 삶과 연결되는 법, 아픔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진짜 치유의 시작이라는 것을 잔잔한 문장으로 설명한다. 상처를 드러내지 않아도 괜찮다. 이 책을 조용히 펼치고 읽을 때, 곁에서 묵묵히 마음을 어루만져 줄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왜 우리는 괜찮은 척하며 살아갈까?” 의사로서,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에게 되뇌어온 질문을 던진다. 사람은 가끔 ‘누군가’가 되어야 할 것 같은 압박 속에 살아간다. 잘난 척, 강한 척, 아픈 걸 모르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그 ‘척’들의 무게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마음속에 납처럼 가라앉는다.
우리는 왜 그렇게 자꾸 척을 할까?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아니면 스스로를 속이기 위해서, 하지만 척이 쌓이면 진짜 나와 멀어지고, 결국 어느 순간, 거울 속 낯선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한 그루 나무는 척을 하지 않는다. 바람 불면 휘청이고, 비 오면 조용히 젖고, 햇살 받으면 잎을 펼칠 뿐이다. 기쁜 날에는 웃고, 슬픈 날엔 울어도 괜찮다. 어른이라서, 강해서, 괜찮은 ‘척’을 하지 않아도 된다. 때론 부서지고, 울고 싶고, 약해지는 날도 있는 법이디. 그 모습마저도 삶의 일부이기에, 그것마저도 존중받아야 한다.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선물은 ‘척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일 아닐까? 살다 보면 울퉁불퉁한 길도 있고, 가끔은 넘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괜찮다. 척하지 않아도,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이 책을 읽고 깨달은 것은 “어쩌면 우리가 필요한 건, 괜찮은 척이 아닌 멈춤”이라는 것이다. 사실 우린 강한 게 아니다. 그냥 멈추는 법을 몰랐을 뿐이다. 울고 싶을 때 울고, 쉬고 싶을 때 쉬고, 무너지기 전에 나를 안아주는 일. 그런 걸 배운 적이 없을 뿐. 이제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용기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