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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하지 못하면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 - 친절 강박자 피플 플리저를 위한 마음의 기술
패트릭 킹 지음, 진정성 옮김 / 웨일북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사람들이 어떤 부탁을 하면 거절을 잘 하지 못한다.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손해 보는 일이 생기기도 했고, 아무 대책 없이 부탁에 응했다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나라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의 능력이 뛰어나서? 절대 아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내가 부탁을 거절하지 못할 것을 알고 부탁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 아무리 힘든 부탁이라도 나에게는 쉽게 부탁한다. 남들이 들어주지 않는 어렵고 힘든 부탁을 쉽게 수락하고 열 일 제치고 도와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고맙다는 몇 마디 말 정도다. 어떤 때는 이 표현마저 생략되기도 한다. 한 번 부탁한 사람은 계속 한다.
이 책은 심리 및 인간관계 전문가이자 인문심리 베스트셀러 저자 패트릭 킹이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 기저에 깔린 트라우마와 얽힌 근원이 무엇인지를 다루며,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기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한 인간관계에서 가치 있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내고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관계 속에서 내가 늘 맞춰주는 쪽이었단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책을 펼쳤을 때 ‘피플 플리저(people pleaser)’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남에게 싫은 소리 못 하고 괜찮은 척하고 항상 착한 사람처럼 보이려는 것, 읽는 순간 너무 낯설지 않아서 순간 뜨끔했다. 지난날들을 돌아보니 모임에서도 늘 약속 정리하는 것은 나였고, 직장에서도 싫은 소리 못 하고, 가족에게도 내 감정보다 눈치부터 살폈었다. 그땐 그게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내 마음은 점점 소외되고 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챙기고 노력했지만 막상 내가 힘들다는 말을 하지 못했던 시간들, 왠지 모르게 억울하고 외로웠던 감정들이 바로 이 ‘피플 플리저’ 성향에서 비롯된 걸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상대를 위해서 내가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타인에게 인정을 받는 사람, 좋은 사람, 능력자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이런 기분에 취해 거절의 기준을 바르게 세우지 않는다면 타인의 부탁을 들어주느라 자신의 시간을 허비하게 될지도 모른다. 저자는 “나를 위해 남을 배려하며 이기적으로 살아라.”고 전한다. 이 말은 타인을 무시하거나 배척하라는 뜻이 아니라, 나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 위에서 건강한 관계를 맺으라는 의미”라고 말한다.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거나 관계가 틀어질까 걱정하는 마음은 우리를 종속적인 관계에 놓이게 만든다. 하지만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만 있다면, 타인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한 나로 살아갈 수 있다. 진정한 배려란 ‘좋은 사람’이 되려는 강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건강한 선 안에서 이루어질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이 책은 살면서 거절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착하기만 하고 실속 없는 사람들을 위한 ‘바른 거절’의 기술을 알려준다. 때로 이기적이어도 괜찮고 가끔은 욕 좀 먹어도 세상이 망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거절 기준을 만들어 센스 있게 대처하는 거절기술을 익히고 나면 어느새 나의 자존감 또한 UP되어 있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거절 잘하는 법’에 대해 서술한 글이기 때문에 같은 내용이 계속 반복되는 감은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같이 남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기에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