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티아고 그 두 번째, 포르투갈 길 - 리스본에서 피니스테레까지 순례길 700km
정선종 지음 / 작가와비평 / 2024년 11월
평점 :
나는 몇 년 전부터 막연하게 은퇴 후의 삶에 대해서 구상을 하기 시작했다. 평생 눈치를 보면서 직장 생활을 했으니, 은퇴 후에는 아내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뇌에서 도파민과 세로토닌 같은 좋은 호르몬이 나오는 일이 무엇일까? 그것은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뒤로 하고, 계속 끊임없이 걸으며 나를 알아가고 비울 수 있는 멋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때, <산티아고 그 두 번째, 포르투갈 길>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삼성 그룹에 입사하여 회장 비서실 홍보팀, 삼성전자 수출부장, 스페인 포르투갈 법인장, 제일기획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35년간 삼성에 몸을 담았던 정선종 저자가 산티아고로 향한 두 번째 여정인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출발하여 목적지인 산티아고를 거쳐 땅끝마을 피니스테레에 이르기까지 36일간 걸은 700km의 순례길을 생동감 넘치는 문장으로 담아낸 여행 에세이이다. 특히 저자가 찍은 사진과 함께 동반자인 아내의 스케치를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포르투갈 길의 풍경을 더욱 실감나게 전한다.
나는 언젠가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한 번 쯤은 걸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예수님의 세 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려고 걸었던 길이기 때문이다. 유럽 각지에서 출발한 순례자들은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부의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한다. 야고보는 어느 날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는 예수님의 계시를 받았는데, 당시 땅끝은 로마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이베리아 반도였다. 야고보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순교했고 그의 시체가 있는 자리에 별이 떴다고 한다. 그리고 그 별이 가리키는 곳에 산티아고 대성당이 지어졌다. ‘콤포스텔라’는 라틴어로 ‘별의 땅’을 의미한다. 즉, ‘별이 점지한 야고보의 시신이 묻혀 있는 땅’이라는 뜻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2017년에 첫 산티아고 순례길로 프랑스 길을 다녀왔고 두 번째로 포르투갈 길을 다녀왔다고 한다. 포르투갈로 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스본에서보단 제2의 도시 포르투에서 출발을 하는데, 리스본에서 포르투까지 숙소와 식당 등의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지 않기도 하고 대체로 차도를 따라 걷는 구간이 많아 위험하다고 한다. 저자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포르투갈 길을 온전히 느끼고자 수도 리스본에서 출발해 산티아고를 거쳐 피니스테레까지 총 721km의 순례길을 따라 걸었다고 한다. 프랑스에 비해 순례자에게 친절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고 마음씨 좋은 포르투갈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나는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느 길 앞에서건 주저하지 않고, ‘천천히, 꾸준히 그러나 끝까지’ 걷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결코 포기하지 않는 저자가 부럽기도 하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산티아고 길을 걷는 동안 아름다운 풍경을 접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걷는 사람들의 상황과 마음가짐에 따라 길은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힘든 걸 겪어 내야만 인생의 달콤함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카미노는 인생 길이다. 부엔 카미노 ‘좋은 여행이 되길, 너의 길에 행운이 있길…’이라는 뜻이다. 얼마나 예쁜 말인지. 순례자들은 길을 걸으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 말을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전한다고 한다. 내일이면 떠난다. 아쉽지만 언젠가는 산티아고에 꼭 다시 올 것이다. ‘언젠가는 꼭’이라는 말이 없다면 우리 인생은 얼마나 허망할 것인가. 빨리 산티아고 길을 걷고 싶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