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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좋아서 - 정원을 가꾸며 나를 가꿉니다
더초록 홍진영 지음 / 앵글북스 / 2024년 9월
평점 :
나는 은퇴를 앞두고 복잡한 도시보다는 산이나 바다 근처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자연과 흙을 밟으며 피톤치드 공기와 냄새, 새 바람 등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살고 싶었다. 그래서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속사리에 아담하고 쾌적한 전원주택을 지었다. 마당에 돌을 깔고 작물과 화초를 열심히 심고 가꾸며 전원생활을 즐겼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잔손이 너무 많이 간다. 봄부터 한 여름엔 집 주변의 풀과의 전쟁으로 지치기도 한다. 전원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유지 관리하느라 재미는커녕 일거리만 잔뜩 짊어지는 형국에 놓이게 되었다. 전원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맑고도 달달한 공기와 자주 올려다보게 되는 하늘, 그리고 작은 마당을 가꾸면서 느끼는 계절에 대한 감사가 아닐까 한다. 또한 단점이라고 한다면 풀(잡초)들과의 전쟁이다.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된 것은 전원주택에 마당과 화단을 꾸미고 각종 나무와 들꽃을 심고 가꾸면서 하루도 쉴 틈이 없을 정도로 잡초들을 뽑아버리고, 제초제를 뿌리면서도 해결이 되지 않아 잡초들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이 책은 영상과 사진을 통해 하루하루의 정원 생활을 기록하고 가드닝 팁을 나누는 마당 가드너 더초록 홍진영 작가가 도시를 떠나 주택을 지으면서 얼렁뚱땅 생긴 정원을 채우려다 가드닝의 매력에 사로잡혀 7년째 식물 시중을 들고 있으면서 7년 동안 편집된 영상 뒤에 숨겨진 이야기와 진솔한 감정을 글로 자세하게 담았다.
저자는 주택을 짓는 바람에 갑작스레 생긴 정원에 흙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삽을 든다. 흙을 만지고 식물과 공명하며 도시 생활로 날카로워진 마음이 가라앉는 걸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삶에 초록을 들이게 된다.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은퇴를 앞둔 이들의 로망 중 하나다. 노후의 정원 가꾸기란 단순하게 정원을 가꾸는 행위 자체를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은퇴 후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경제적 풍요’와 ‘시간의 여유’까지 두루 갖추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손수 정원을 다듬고 관리하는 일이 실은, 고된 노동에 가깝다. 어찌 됐든 “정원을 가꾼다는 건 기대감 속에서 사는 일이다. 정원을 가꾸며 소일하는 삶에서는 그윽한 향기가 난다. 씨앗 하나 심어두고 내일을, 내년을, 몇 십 년 후를 꿈꾸는 일이다.
이 책의 서문에 보면 저자는 “정원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계절에 순응하는 단순한 삶은 결국 스스로를 보살피는 과정이다. 정원에서 꽃과 식물을 주기적으로 가꾸고 돌보다보면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활동을 통해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게 되고 치유까지 이루어진다.
이 책은 어떻게 정원을 가꾸고, 식물을 어떻게 키우는지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것보다 정원의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에 인생의 정원에서 작가의 삶과 생각을 솔직하고 위트 있게 써내려간 책으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 책을 읽다가보면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고, 자기 삶의 모습을 수정해나갈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식물을 사랑하는 ‘식집사’나 정원 애호가뿐만 아니라 삶에 초록을 들이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