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라 스트라다 - 老의사가 걷고 바라본 유럽의 길
이철 지음 / 예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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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여 학교 다닐 적에는 카메라와 렌즈까지 구입하여 들고 다닐 정도로 사진 찍는 것을 즐겨했다. 현재의 순간을 기록하고 기억을 되새기고 싶어서 찍었던 사진, 지난 추억을 기록하고 싶어서 찍었다. 또 산책하는 순간이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고 싶어서, 마냥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어서 사진을 찍었던 순간들이 훨씬 더 많기도 했다. 그동안 동남아시아, 동유럽, 북유럽, 이스라엘, 이집트, 요르단, 미국, 캐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여행을 하면서 찍었던 사진이 앨범 수십 권이 된다.

 

이 책은 평생 진료하면서 한 번도 자신의 환자와 대화할 수 없었던 우리나라 1세대 신생아진료 세부전문의인 이철 작가가 정년퇴직 후 사진기 하나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유럽의 길을 거닐며 찍은 사진과 그에 대한 단상을 모은 포토 에세이다. 로마와 시칠리아, 스페인, 프랑스, 그리스 여행지를 걸으며 만나는 아름다운 자연과 탄성을 자아내는 건축물들, 여행자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소소한 풍경들을 사진에 담았다.

 

이 책의 주제는 이다. 인생 후반기에 접어든 은퇴자의 발걸음 가벼운 나그넷길이다. 최희준의 노래 하숙생에서처럼,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이 책에는 작가가 학회 중에 잠깐 들렀던 로마로부터 시작하여, 은퇴 후 본격적으로 여행을 즐겼던 스페인, 시칠리아, 프로방스, 그리스 여행을 모두 모았다. 유명 관광지와 개성 있는 소도시 여행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모두가 꿈꾸는 유럽 여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여정인데, 무거운 사진기를 들고서 몇 천 장에 이르는 사진을 찍었으며, 여행지에서 느낀 감동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여행은 그 장소에 담긴 역사를 알게 되면 더욱 풍성해진다. 이 책에서 작가는 유럽 여행지 곳곳에 녹아 있는 예술인과 문화의 흔적, 영화 이야기, 건축 이야기, 종교 이야기를 역사적 배경을 기록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유럽 여행을 맛보게 한다. 특히 로마 근교의 작은 마을 카스텔 간돌포에는 역대 교황들이 여름을 나는 별장이 있는데 400여년 만에 대중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로마에서 남동쪽으로 차를 타고 한 시간 남짓이면 닿는 카스텔 간돌포.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있어 빼어난 풍광과 교황들이 대대로 여름을 나는 저택이 자리하고 있다. 자그마한 골목길을 따라 아주 예쁜 카페들이 있는 조용하고 매력적인 마을인데, 별장에서 발길을 밑으로 옮기면 알바노 호수와 <두 교황>을 촬영한 교황의 별장의 아름다운 경치와 평온함이 몸에 와 닿는다.

 

이 책을 읽다가 보면, 우리가 사랑했던 예술가와 위대한 인물들의 흔적을 마주하게 된다. 바르셀로나에서 만나는 가우디, 아를에서 만나는 고흐, 무쟁에서 만나는 피카소, 그리고 아피아 가도와 몰타 섬에서 만나는 사도 바울 등 우리들 보다 앞서 길을 걸었던 치열한 인생들의 고뇌와 인생의 향기를 느끼고, 역사적인 의미를 되돌아보며 유럽의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이 오늘도 고달픈 나그넷길을 걷고 있는 독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줄 것이기에 누구나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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