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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감탄력 - 평범한 세상에서 좋은 것을 발견하는 힘
김규림 지음 / 웨일북 / 2024년 4월
평점 :
벚꽃이 만발한 4월은 방콕 할 수가 없다. 상수리나무 초록색 작은 손들이 이리와 이리와 하고, 영산홍 분홍 입술들이 뽀뽀하자며 들이대는 통에 4월에는 방콕할 수가 없다. 그래서 무조건 출발한다. 길을 떠나려면 일단 어디로 가야할 지, 누구와 함께 갈지, 무엇을 해야 할지가 관건이다. 어느 한가지 만 불편해도 겨우 밥시간이나 기다려 맛있는 보쌈을 욱여넣는 수밖에 없다. 하긴 목표 자체가 맛집인 여행도 많다. 여행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호들갑과 감탄력이다. 푸른 풀섶에 다소곳이 숨어서 핀 제비꽃을 발견해도 우와! 어여뻐라! 들기름에 지져낸 모두부 지짐에도 꺄하! 너무 맛있다! 별 것 아닌 것들에 유난을 떨고 목소리도 딱 솔라톤이어야 좋다. 조금 주책맞아 질수록 여행은 재미있어진다.
이 책은 IT 회사에서 약 10년간 마케터로, 2023년부터는 스타트업에서 브랜드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김규림 저자가 생활인으로서, ‘일잘러’로서 나답게 살아가는 기반이 되어 준 특별한 ‘일상력’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SNS에 보이는 밝고 힙한 모습뿐만 아니라, 살면서 힘들었던 순간에 대한 고백, 그르친 일에 대한 후회,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등 어느 곳에서도 내보이지 않았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감탄력’이야말로 ‘누칼협’ ‘나락밈’ 등이 유행하며 서로 깎아내리는 데 몰두하는 요즘일수록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말한다. 작은 것에 감동하고 평범한 하루에서도 특별함을 발견할 줄 아는 힘이 있어야 독특한 영감을 받고, 삶의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감탄력’ 외에도 어떤 것이든 자신의 스타일대로 표현해 내는 ‘소화력’,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선택과 집중하는 ‘균형력’, 인간관계의 가치를 높이는 ‘수다력’ 등 나답게 일하고 즐겁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길러야 할 필수 일상력들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우리는 총선을 지내면서 후보들이 감동하고 칭찬하는 것보다는 지적을 하고 비판하는 것이 멋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무언가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일은 ‘능력’이라고 부르고, 감탄하고 좋은 점을 인정하는 것은 보통 능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서로가 깍아 내리고 잘못된 것을 지적하려고 혈안이 된 요즘 오히려 좋은 점을 발견하고 감탄하는 것도 곧 능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것을 ‘감탄력’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저자가 일상력을 키울 수 있었던 건 긍정적이고 계획적인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그 역시 잘 다니던 직장을 번아웃 때문에 퇴사하기도 하고, 인간관계에서 염증을 느끼고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간 적도 있었으며, ‘게으른 완벽주의자’인 탓에 곤란했던 경험도 진솔하게 고백한다. 그렇게 막다른 골목을 만나 가로막힐 때마다 저자를 구원한 건 좌절하지 않고 과감하게 생각의 방향을 틀어버리는 ‘유턴 정신’이었다. 계획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아도 “오히려 좋아!” 외치며 위기를 기회로 삼고, 홧김에 산 물건이라도 어떻게든 쓸모를 찾아내 ‘견물생심’의 즐거움을 누리기도 했다. 이런 유쾌한 ‘정신 승리’에는 노력하면 뭐든지 될 수 있다며 실패를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는 이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있다.
번아웃에서 저자를 구한 한마디는 “힘내!”가 아니라 “힘 빼도 돼”였다고 한다. 이 말은 일상력을 중시하던 저자에게 쉼도 필수라는 걸 깨닫게 했다. 마침내 회사를 그만둔 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며 진정한 행복을 느낀 그는 힘내기 위해서는 잘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열심히 해야 살아남는다며 ‘갓생’을 외치는 세상에서 이 책은 느리더라도 나만의 호흡으로 살겠다는 ‘걍생’을 우리 모두 가져야 할 것이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