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이 내 마음대로 - 2,7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의사,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깨달은 행복을 말하다!
히라노 구니요시 지음, 구수영 옮김 / 비아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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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2025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30~2040년대엔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노인 대국'이 될 전망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 그러나 이 중에서 건강한 시간은 66년이고, 17, 즉 인생의 5분의 1은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는 통계도 서늘하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건강한 일상이 가능한지 여부가 관건이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다. 전연령대에서도 인구 10만 명당 26.0명으로 1위이지만, 특히 80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61.3명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며, 70대와 50대도 각각 41.8명과 30.1명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노후에 가장 큰 걱정은 돈과 건강이다. 자식과 지인에게 폐를 끼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불안감으로, 그 불안감이 안타까운 선택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후회 없이 내 마음대로> 라는 책을 쓴 저자는 히라노 구니요시인데 병을 고치지 않는 의사라고 말한다. 그는 방문 진료 의사’, 다시 말해 호스피스 의사다. 호스피스는 완치가 불가능한 말기 환자의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맞도록 도와주며 그 가족들의 고통을 사랑으로 돌보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2002년 방문 진료 특화 클리닉을 개업한 이래 2,700여 명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봐 오며, 행복한 마무리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고 한다.

 

저자의 스토리가 드라마 같듯 저자가 전하는 환자들의 에피소드 역시, 한편의 드라마이자 영화 같은 스토리가 많았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라 끝이 뻔하고 우울한 분위기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오히려 그 안에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고 희망을 보았다.

나는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용인 백암에 있는 샘물호스피스 병원에서 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봉사할 때 가장 힘들었던 건 역시 환자가 생을 다 마치고 떠날 때였다. 말기 암 환자들이 모여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는 하나 며칠 전까지 돌봐드리던 분의 병실이 텅 비어 있을 때마다 삶의 무상함을 절감하게 되었다. 죽음을 앞둔, 호스피스 의사의 간병을 받는 환자라고 하면 하루 대부분을 침대에 누워 보내고, 가족 또는 전문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식사나 화장실 볼일을 해결한다. 이런 장면을 생각하며 책을 읽으면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람들을 대거 만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졌다. 실패와 노화를 포용하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태도가 아름다운 죽음 대신 의료를 동원해 죽음을 부정하고 저항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게 된다. 평온한 죽음, 담담하게 작별하는 순간을 상상하니, 결국 삶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우는 것만 선명한 과제로 남는다. 죽음을 떠올리면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니, 또 하나의 교훈이다. 천방지축 무례하고 세상 겁 없는 인간들은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게 분명하다. 죽음을 멀리하고 피할 게 아니라, 삶의 핵심이라니 역시 인생은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죽음에 대한 공포, 살려야 한다는 과제, 어쩔 수 없이 환자를 떠나보내야 하는 이별, 하루를 견디는 의사의 삶을 담담하게 기록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자택에서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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