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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충격 이후의 세계 - 알아두면 반드시 무기가 되는 맥락의 경제학
서영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평점 :
인류는 어느 때보다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 선진국은 고물가, 재정·통화 긴축정책, 에너지 공급불안 등으로 경제상황이 급격히 악화돼 성장률이 0.5%에 머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은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경색도 여전해 보이고 유로존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에 따른 에너지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예측 불허한 충격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 책은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2007년 KBS에 입사 후 경제부와 탐사보도부 등에서 한국의 재정과 금융 정책 등을 취재하여 ‘이달의 방송 기자상’을 수상한 서영민 ‘경제 전문 기자’가 글로벌 경제 공황이 이어지는 시기, 세계 경제에 맥락을 제시하고 있기에 대한민국이 ‘충격 이후’에 나가야 할 방향을 자세하게 안내한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새로운 글로벌 경제가 온다>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이해하는데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집중한다. 정치, 사회, 역사 등 경제 현상을 잘 이해하게 한다. 또한 ‘권위주의가 세계를 바꾼다’고 하며 중산층이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음을 밝히고, 한국이 속한 지정학적 위치와 이를 통해 받는 압력(중력)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2부 <다른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등장>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1980년대의 반도체 전쟁을 소개하고,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처한 위기에 대해 진단하며, 미국의 달러패권의 역사와 글로벌 유동성으로 살펴보는 불로소득의 시대, 인구의 소멸과 성장의 끝, 기후 위기, 성장 집착이 부른 파국, 경제 척도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GDP에 대한 내용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되고 있으나 무작정 낙관할 수만도 없다. 위기는 진화하고 있으며, 세계화는 모든 현상을 연결해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금융, 경제, 정치의 실패마저 공유하고 있다. 한때 미국을 위협하며 반도체 강국으로 부상했던 일본이 어떻게 종말을 맞는지도 이 책에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당시 미국에서는 ‘일본이 미국을 다 사버릴 것이며, 미국은 일본에게 경제적으로 지배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우울한 미래가 일본과 결부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 기분 나쁜 불안감 앞에서 미국은 일본을 희생양 삼기로 했다. 미국은 힘으로 해결한다. 플라자합의(1985)로 환율을 조정하고, 미일반도체협정(1986)으로 일본의 반도체 경쟁력을 강제로 꺾어버렸다. 이번에도 미국은 똑같다.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첨단 반도체 장비는 더 이상 중국에 수출할 수 없다.”(pp.148~149)고 강조한다.
저자는 현재 세계 경제가 큰 전환의 시작점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경제의 전반적인 흐름을 인식하고 대응 할 수 있는 맥락을 이해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거대한 충격 이후의 세계에서 우리가 흔히 착각하기 쉬운 수많은 경제 현상의 실체적 진실을 전개해 나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이 책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격변의 시대에 우리의 앞길을 안내해 줄 가이드가 될 것이므로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