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그 화려한 역설 - 69개의 표지비밀과 상금 5000만원의 비밀풀기 프로젝트, 개정판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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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대했을 때 ‘1억원 고료 국제문학상 수상작품 상금 5000만원의 비밀풀기 프로젝트라는 표지를 보고 굉장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장편 소설인데 69개의 표지비밀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읽기 시작하였다.

 

이 책은 1998년 파격적인 성적묘사와 표현 때문에 출판되지 못한 문제적 소설로 주로 현대문명을 비판 하는 내용이다. 아마도 1988년도에는 문제적 소설이라 할 수 있지만 요즘에 와서 보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제는 제목에서 시사하는 바와 같이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작품으로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희망 없는 시대를 종말론적으로 각기 왜곡된 현대문명 속에서 살아가면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작가는 현대문명의 왜곡된 성의 범람을 중심축으로 경박한듯하면서 문명비판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27살의 모제라는 형사로서 명문 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휠친한 키와 몸매 그리고 잘생긴 얼굴로 수많은 여자들과 자유롭게 연애를 하면서 섹스도 함께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애인이었던 유리가 사라졌다. 유리를 찾아다니던 모제는 우연히 지하 유토피아 나이트클럽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에는 중세기사 복장을 한 사람들과 이상한 물건, 이상한 시설, 이상한 인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40개의 방과 거대한 시설물들 속에서 몰락한 문명과 신화 그리고 종교의 잔해를 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집주라는 노인의 안내를 받으면서 지하세계를 탐험하고 나왔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후 또 다시 그곳을 방문하고 나서야 거대한 시설물이 물에 수장되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주라는 노인에게서 의인 10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9번째 의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타락해가는 인류 문명을 구하기 위해 자각하고 방탕한 생활을 청산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490페이지나 되는 긴 장편소설이고 어려운 단어도 많이 있으므로 진도가 쭉쭉 나가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외설적인 부분이 나오므로 읽고 또 읽고 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광수교수의 <즐거운 사라>을 읽을 때의 감정을 느꼈었다. 성에 대해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프리섹스를 지향하는 자유로운 여대생 사라가 온갖 섹스를 즐기며 쾌락을 추구한다는 것은 음란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뿐만 아니라 성경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이 모든 것이 한데 묶여 있는 소설로서 현대문명의 폐해, 미국식 소비 자본주의와 쾌락과 욕망으로 병들어 가는 서구문명과 이기와 탐욕에 물든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경고의 메시지를 소설, 픽션으로 나타내고 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보면 다른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참고문헌 소개 페이지가 여러 페이지가 나오는데 그 정도의 참고문헌을 봤을 정도로 소설의 내용은 여러 에피소드들로 이어지고 있으며, 작가가 가진 해박한 지식과, 소설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한 가지인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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