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토지 13 - 박경리 대하소설, 4부 1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토지13 4부1권
#박경리
#다산책방
📖첫문장
어디로 가든지, 특히 소도시나
소읍 같은 곳은 거의가 다 그러한데,
양과점을 위시하여 담배 가게, 이발소,
목욕탕, 대개 그런 비슷한 업종은
일본인 경영이다.
토지 4부의 시작은 시대적배경이
1920년대 후반부터 30년대를
넘어가는 시기입니다.
일제 강점기의 한가운데서,
민족의 자존이 짓밟히고 인간의
존엄이 시험받던 암울한 시대입니다.
겉으로는 근대문명과 자본이
흘러들어오며, 도시가 성장하지만,
그 안에는 식민 지배의 억압과 착취,
그리고 인간들의 내면이 무너져가는
상실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조용한 절망의 시대'
1920년대 후반, 3.1운동의 열기가
식어가고, 일본의 동화정책이
더 교묘하고 철저해지던 때.
민족의식은 억눌리고, 토지와 재산은
점차 일본 자본에 잠식되며,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자신을 숨기거나,
체념해야 했습니다.
1930년대로 넘어가며, 경제공황과
더불어 식민지의 불평등은 극단으로
치닫고, 조선인들은 오랜 식민지생활
에서 점점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기를
포기해갑니다.
겉으로는 근대화의 풍경이 보이지만,
그 속은 식민지 현실에 순응해야 하는
내면의 피폐가 자리합니다.
이 시기의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잃어버림의 시대'를 산 사람들입니다.
사랑을 잃고, 고향을 잃고, 신념을 잃고,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호해지는 시간들.
작가는 그 절망 속에서도
인간이 가진 작은 불씨를 지켜냅니다.
절망의 시대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상실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켜내려 애쓰는지를 보여주며,
토지, 즉 삶의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인간의 마음을 드러냅니다.
📖258
최참판댁은 마을 역사의 봉우리로써
골짜기를 타고 흘러간 냇물이 마을
사람들 내력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말하자면, 그 집, 드높은 곳에 겹겹이
들어앉은 거대한 기와집은 기억의
본산, 영산댁이 그 모든 기억에
애착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덤으로
사는 것 같은 자신을 현실에 밀착시키
려는 의지 같은 것인지 모른다.
📖353
"소는 손대로 산으로 가고 발은
발대로 신작로로 가는 것은 아니지
않소. 산속에 피는 꽃이 다 같지 않다
해서 꽃이 아닌 것은 아니지 않소?
해서 나도 씨는 좀 뿌려놔야겠다
작심을 하고 , 한데 아들놈보다 아비가
뭣을 좀 더 알아야 할 것 같은데"
모든 것을 잃고도 그래도 살아야지
라고 말하던 그 시대 그 사람들의
애절한 슬픔과 강인함이
마음속으로 스며듭니다.